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KBL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은 24일 밤 레바논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최종예선 E조 원정경기에서 홈팀 레바논을 84-72로 꺾었다. 한국은 10승2패를 기록하며 E조 2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본선진출에는 김 감독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직후 사퇴한 허재 전 감독을 대신해 대표팀을 이끌었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수습을 잘했다. 또 소집 때마다 선수 선발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세웠고, 이에 맞는 전술, 전략을 통해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김 감독의 계약은 2월까지다. 이번 최종예선이 마지막이다. 코치, 감독대행을 거쳐 감독 자리를 수행하면서 대표팀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 농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최종예선을 치르기 전 협회는 김 감독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문제는 계약조건이 터무니없다는 점이다. 협회는 김 감독에게 ‘7개월 재계약’을 제안했다. 농구월드컵이 끝나는 9월까지다. 계약기간만 놓고 보면 인턴 급 조건이다. ‘국가대표 감독’ 자리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기본이고 동기부여마저 사라질 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협회의 살림살이가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협회가 돈이 없다면서 7개월 계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감독 주변에서 재계약 여부를 묻는 사람이 많은데, 어디에 말하기도 창피해 말을 아끼고 있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어디에 얘기하기도 민망한 계약이다. 실제로 김 감독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국가대표팀과 협회의 격을 실추시키는 것이 걱정스러운 눈치다.
협회가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늘 그랬다. KBL의 지원이 아니면 운영이 쉽지 않다. 국가대표팀(A대표팀) 운영비는 KBL의 지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감독 급여는 KBL에서 매달 1000만원을 지도자 지원 명목으로 협회에 전달한다. 협회는 이를 받아 감독에게 지급하는 형식이다. 또 해외 원정 시 식비도 모두 KBL에서 지불한다. 장거리 이동 시 비즈니스클래스 탑승권은 KBL 각 구단이 지불한다. 협회는 감독, 대학생 선수만 구입한다.
문제는 협회의 태도다. KBL에게 적지 않은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대화 창구를 닫아놓고 있다. 돈이 필요할 때만 SOS를 청하고 있다. 이번 김 감독의 ‘7개월 재계약’ 제안도 감독의 급여를 지원하고 있는 KBL에서는 전혀 모르던 이야기였다.
A구단 관계자는 “몇 년째 되풀이다. 구단이나 KBL의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구단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는 관심도 없다가 돈이 필요할 때는 아쉬운 소리를 한다. 그래도 ‘국가대표팀이 살아야 한국농구가 산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협회의 일처리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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