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무대를 여덟 번 밟았지만 우승은 없다. NC 다이노스 손시헌이 올 시즌 칼을 갈고 있는 이유다. 어느덧 KBO리그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참이 된 그는 우승으로 선수 생활 마침표를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손시헌(39·NC 다이노스)의 포지션은 여전히 유격수다. 한국나이로 40세가 됐지만 수비 부담이 가장 많은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손시헌의 청춘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시 그는 124경기에서 타율 0.350, 5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391타석을 소화하며 만든 기록이니 폄하할 수는 없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은 2.55. 역대 만 37세 유격수 중 단연 최고였다. 30대 후반 선수가 수비 부담이 심한 유격수를 주 포지션으로 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돋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7경기 출장에 그치며 타율 0.188에 그쳤다. 데뷔 시즌인 2003년(59경기) 다음으로 가장 적은 출장수였다. 타율 2할을 넘기지 못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거기에 ‘은사’ 김경문 전 감독도 팀을 떠났다. NC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에넥스필드에서 만난 손시헌은 “감독님이 팀을 떠나신 것도 그렇고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베테랑으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했지만 나조차 흔들렸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KBO리그에서 손시헌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박용택(LG 트윈스)과 박한이(삼성 라이온즈)뿐이다. 어느새 리그 전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고참이 된 손시헌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이종욱은 이제 은퇴 후 코치가 됐다. 뿐만 아니라 동갑내기인 봉중근, 정성훈, 이진영은 나란히 지난 시즌에 유니폼을 벗었다, 2018시즌에 앞서 NC와 맺은 2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의 끝을 앞둔 손시헌으로서도 여러 생각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이종욱 코치‘님’께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웃음). 사실 많이 허전하다. 십수 년째 옆에 있던 사람이 없어진 거니까. 모든 후배들과 잘 지내지만 또래가 있고 없고는 다르다. 친구들이 차례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걸 보면서 ‘적지 않은 나이가 됐구나’를 느낀다. 이호준 코치님, 이승엽 선배처럼 대단한 선수가 아니라 은퇴 예고를 하진 못하겠지만,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쏟아보고 싶다.”
꾸준히 강팀에서 뛰었던 손시헌은 PS 무대만 여덟 차례 밟았다. 그 중 한국시리즈도 세 차례 포함됐다. 하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다.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다. 손시헌 역시 “내가 지금 와서 개인 타이틀 욕심을 내겠나. 마지막 목표는 우승뿐이다. PS 여덟 번에 우승 한 번 못하고 끝내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며 “아직 그라운드와 이별할 준비가 안 됐다. 우승으로 선수 생활 마지막을 장식한다면 영화 같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울컥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