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차려진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지에선 투수 박주홍이 가장 뜨거운 선수다. 겁 없는 2년 차의 씩씩한 투구는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지난달 31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하면서 ‘선발진 완성’을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원투펀치를 예약한 두 외국인투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세 자리에 들어갈 국내투수를 찾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한 감독은 불펜피칭 때 직접 타석에 들어서 모든 투수들의 구위를 일일이 확인하는 한편 연습경기를 통해선 선발 적임자를 테스트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퍼즐 세 조각을 찾았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공개하지 않을 뿐, 마음속에는 이미 3~5선발의 면면을 정했다.
박주홍이 그 구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 감독이 박주홍의 이름을 언급하는 횟수가 늘고 있음이 그 증거다. 25일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를 마친 직후에도 그랬다. 선발 워윅 서폴드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4~6회 3이닝을 1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박주홍에 대해 “오늘처럼만 해준다면 올 시즌 많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감독이 특히 강조한 것은 ‘힘의 분배’였다. 전력투구로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우선인 불펜투수와 달리 선발투수에게는 완급조절을 통한 이닝소화능력이 필요하다. 한 감독은 2.2이닝 5안타 2홈런 7실점(3자책점)으로 부진했던 박주홍의 오키나와 첫 실전 등판을 상기시켰다. “주니치전(11일) 때는 처음 2이닝은 (무실점으로) 좋았는데, 3번째 이닝에 들어가선 볼에 힘이 떨어지고 수비 도움도 얻지 못해 실점이 불어났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3번째 이닝에도 좋은 공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완급조절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칭찬은 그치지 않았다. 한 감독은 “프로 2년차로 신인급이고, 성격도 얌전한 편이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당차게 변한다”며 박주홍의 ‘근성’에도 주목했다.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날리지 않으려면 어떤 상황에서든 위축되지 않는 강인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유망주가 빠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촉매제이기도 하다.
박주홍은 좌완이다. 한 감독이 지난해 불펜으로만 기용했던 고졸 신인을 히어로즈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깜짝 선발로 내세운 이유도 향후 팀을 대표할 좌완 에이스로 키우려는 의도에서였다. 사령탑의 그 같은 기대에 부응해 선발 자격을 입증하는 무대가 이번 캠프다. 박주홍은 “오키나와에 와서 불펜피칭으로 100개까지 소화했다. 변화구는 슬라이더만 던졌는데, 올해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새로 준비하고 있다”며 “작년 가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 올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일본)|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