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주연의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저예산 등 한계를 딛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영화는 1919년 3월1일 만세운동에 참여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여성 운동가들에 주목한다. 사진제공|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적은 예산 불구 배우들 적극 참여
고아성 김새벽 정하담 열연에 호평
SNS선 ‘대한독립만세’ 인증샷도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값진 결과를 얻고 있다. 1919년 3월1일 독립만세를 외친 여성 운동가들의 삶을 10억 원 규모 저예산으로 완성한 영화로 지닌 여러 한계를 딛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기획부터 제작, 개봉에 이르기까지 같은 뜻을 품은 이들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일군 큰 울림이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제작 디씨지플러스)가 3일까지 약 80만 명을 모았다. 2월27일 개봉 당일 9만9754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해 3위로 출발하고, 1일 26만2493명을 모아 1위에 처음 오른 뒤 3일까지 순위를 지킨 결과다.
3.1운동 100주년 분위기에 힘입어 유관순 이야기인 ‘항거’에도 관심이 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반응은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4일 만에 손익분기점(50만 명)까지 넘어섰다. 그 시대와 인물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는 관객 평가도 이어진다. 상영이 끝난 뒤 자발적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관객이 등장할 정도다. 이는 SNS에 공개돼 시선을 끌고 있다.
‘항거’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3.1 만세운동에 참여한 여성 운동가들이 서대문 감옥 8호실 여옥사에서 보낸 1년의 기록이다. 열일곱 소녀 유관순(고아성)을 중심으로 수원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기생 김향화(김새벽),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인 권애라(김예은), 다방에서 일하다 만세운동에 참여한 이옥이(정하담)까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주목한다.
연출을 맡은 조민호 감독은 우연히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찾았다가 유관순의 사진을 보고 영화 기획을 시작했다. 감독은 “슬프지만 당당한 눈빛에 울림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이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실제 인물들의 사연을 구성했고, “유관순의 고문 흔적을 날것 그대로 보이지 않으려고” 흑백영화를 택했다. 감독의 이런 선택은 곧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원동이 됐다.
저예산 영화인 탓에 배우 캐스팅이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진행 과정은 의외로 순탄했다. 제안을 받은 배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상업영화에서 활약하는 베테랑 제작진도 뜻을 모은 덕분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간 집중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특히 유관순 역의 고아성은 이번 작품으로 진가를 발휘한다. “무서움이 앞섰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뛰었다”는 그는 유관순의 마지막 모습 촬영을 앞두고 실제 5일간 단식한 채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