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지오, 장자연 목격 고백 “가해자들 떳떳함 억울”…응원 봇물

입력 2019-03-05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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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 장자연 목격 고백 “가해자들 떳떳함 억울”…응원 봇물

배우 윤지오가 장자연 사망 10주기를 맞아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장자연 문건)로 불리는 사건 비화를 밝혔다.

윤지오는 5일 오전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윤지오는 장자연이 생전에 당한 성추행을 목격했고, 10년간 수사기관에 진술하고 법정에서도 증언했던 목격자다. 그리고 이날 방송을 통해 얼굴을 공개하며 ‘장자연 문건’에 대한 비화를 이야기했다.

지난 10년간 고통 속에 살아왔다는 윤지오는 “증언을 한 이후 일상생활을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언론에서 취재가 있었고 이사도 수차례 했다. 경찰 조사 자체도 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 이뤄지는 시간이었고, 그 이후엔 기자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내가 일하는 곳이랑 대학원까지도 오셔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배우로 활동했던 윤지오는 캐스팅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다. 윤지오는 “당시에는 너무 어린 나이여서 ‘(캐스팅에서) 제외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후에는 캐스팅이 안 되는 일을 체감했다. 또 감독님 등이 ‘그 사건에 네가 증언했던 걸 알고 있다, 캐스팅이 불가하다’고 말해주더라. 나중에는 모든 걸 깨닫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윤지오는 이례적인 조사 방식도 언급했다. 윤지오는 “밤늦은 시간까지 조사받았다. 이른 시간이라 해도 밤 10시 이후였다. 모든 조사가 그랬다. 새벽에 불려간 적도 있다. 참고인이었다. 난 누구에게 의논할 상황이 아니었고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스무살 어린 나이에 그런 공간에 가는 것조차 처음이고 생소해서 잘 몰랐다. 한 번도 ‘왜 이 시간에 진행하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가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방송에 나와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윤지오는 “내가 국내에서 계속 거주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거주하면서 이런 사건이나 사고 케이스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캐나다의 경우 피해자나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다. 그런 것이 당연시 여겨지고 피해자가 숨어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받는 걸 보면서 어찌 보면 한국도 그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너무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억울하다는 심정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장자연 문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지오는 “소각되기 전 장자연 문건을 봤다”며 “당시 문건을 공개한 소속사 대표님이 유가족과 원활한 관계가 아니었고 내가 중간에 전달자 역할을 하면서 ‘문건에 네게 (장)자연이가 남긴 글이 있다’고 해서 가게 됐다. 유족이 보기 직전 내가 먼저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윤지오는 “(문건을) 다 봤다. 정확히 기억 남는 것도 아닌 것도 있는데, 기억나는 건 한 언론사에 동일한 성을 가진 3명이 거론됐다. 13번에 걸친 조사에 항상 성실하게 임했다. 항상 이야기했다. 과거사위 소각되기 전 문건에서 질문을 해주시면 항상 성실하게 답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참고인 조사를 13차례 받은 윤지오는 한 언론사에 근무한 적이 있던 전직 기자 조모 씨가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성추행한 걸 직접 봤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윤지오는 “내 기억 속 인물은 한번도 번복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당시 21살인 내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뤄졌고, 당시 사진 속 인물에는 조(모 언론사 전직 기자) 씨가 없어 지목하지 못했다. 지목하더라도 그분이 아니었고, 내가 진술이 엇갈린 게 딱 한 부분이 있다면 목격한 정황이나 그런 건 일관됐지만 인물을 지목하는 과정에 있어서 내가 이름을 아는 것도 아니었고, 주신 자료를 토대로 했고, 당시 선면 수사가 이뤄지면서 두 분의 인물을 보게 되면서 정정하게 됐다. 그 이후로 일관되게 그분을 지목했다. 명함 때문에 헷갈렸지만 내 머릿속 인물은 항상 동일했다. 경찰이 제시한 자료만 보다보니 헷갈렸다. 기억 속 인물은 항상 일관됐다. 사실상 사진을 주는 게 몇 년 전 사진이라든지 그래서 사진은 다른 인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조 씨는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지오는 “날 아예 본 적이 없다 했다. 난 법정에서도 본 바대로 증언했다. 9년 전에도 13번 진술했던 거다”고 강조했다.

윤지오는 경찰 조사 자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부실하다는 것. 윤지오는 “질문 자체도 내가 느끼기에 ‘이게 왜 중요한가’ 싶은 거였다. 중요한 건 따로 있는데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른 것만 물었다. 무슨 구두를 신었나 같은 질문이었다. 질문 자체를 늦은 시간 계속 듣다 보니 반복되고 왜 이런 질문을 하나 했다. 이런 부분 질문해서 도대체 무얼 확인하려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난 증언하는 목격자 입장인데 진술할 때 옆에 가해자가 있고 그 와중에 진술하고, 내가 진술할 때 비웃고 심리적인 압박감이 당연히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좁은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여자 수사관 없었고 다 남자분이셨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증언을 이어갔던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내가 얻을 이득이 없다. 그 나이에는 소설 쓰듯 상상으로 말한다는 것도 불가능했고 조사가 이뤄진 시기도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얼마 안 된 시기였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짓말을 하겠나.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국민청원 등 많은 사람의 지지는 윤지오에게 힘이 됐다. 윤지오는 “국민청원 덕에 많은 힘을 얻었고 과연 국민청원이 없었더라면 재수사 착수하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그냥 덮여지고 묻어졌을 사건인데 국민청원으로 인해 다시 재수사를 착수할 수 있게 되어 국민청원에 응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故장자연에 대해서는 “소속사에 소속되기 몇 개월 전부터 언니를 알게 됐고,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까 언니가 살갑게 ‘애기’라고 불러줬다. 살뜰히 챙겨줬다. 참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이 되고, 난 한국에서 혼자 지내지만, 언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이어서 어찌 보면 공통 분모가 있어 그런 외로움을 굳이 하지 않아도 서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또 故 장자연이 문건을 만든 목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윤지오는 “주목해야 하는 게 이건 ‘문건’이다. 법적으로 대응을 하기 위해 쓰여진 것처럼 상세히, 누군가와 함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 위해 작성됐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문건’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여배우를 떠나 한 여자로 산다고 쳐도 ‘이런 문건’ 자체를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그걸 갖고 싸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윤지오는 “내가 언니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봤다. 난 위약금을 물고 그 기획사에서 나온 상황이었고 언니는 그렇지 못해 기획사를 나오기 위한 ‘문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쓴 ‘문건’이지 않을까 싶다. 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도 유서가 단 한번도 작성되지 않았다. 문건을 다른 누군가가 갖고 있고 공개를 다른 분이 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10년간 ‘장자연 문건’과 관련해 13차례나 참고인 조사를 받은 윤지오는 최근 ‘13번째’라는 책을 썼다. 그는 “내가 쓴 책 제목 자체도 사실에 기반해서 ‘13번째’라고 지었다. 난 10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숨어 살기 너무 급급했고 그것들이 솔직히 잘못된 것인데 당연시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 수 없다라는 판단이 들어 또 해외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나같은 피해를 겪은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하게 사셨으면 좋겠단 바람으로 썻다. 가해자가 움츠려 들고 본인의 죄의식 속에 살아야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이젠 바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서 용기를 내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런 윤지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많은 응원이 쏟아진다. 해당 방송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으로 옮겨지면서 다양한 의견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진실 규명과 윤지오를 향한 응원이 대다수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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