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롱런 힘든 2루수? 박경수, “자존심보다 팀이 우선”

입력 2019-03-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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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박경수는 2016시즌부터 3년간 팀의 주장을 맡으며 기틀을 다졌다. 올해부터 유한준에게 완장을 넘겨줬지만 베테랑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그의 책임감은 KT가 가진 무형의 가치다. 사진제공|KT 위즈

“내 자존심은 팀 성적이 말해준다.”

2루수에게 30대 중반의 나이는 일종의 ‘벽’이다. 포지션 특성상 좌우 움직임이 많아 순발력과 체력이 필수다. 아무리 자기관리를 잘했어도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신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고비를 넘지 못하는 선수들이 숱하다.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2루수 박정태, 박종호, 김성래 등은 물론 최근 정근우(한화 이글스)까지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2루를 후배에게 내어줬다.

박경수(35) 역시 그 고비와 마주했다. 그는 올시즌에 앞서 원 소속팀 KT 위즈와 3년 총액 26억 원에 계약했다. 젊은 내야수들이 아직 성장하지 못한 KT로서는 박경수가 2루에서 버텨줘야 한다. 숱한 전설들이 피해가지 못한 ‘마의 구간’을 그가 넘어서길 기대하고 있다.

평소 2루수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드러내온 박경수의 생각도 비슷하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KT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겨우내 5㎏을 감량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과 팀 모두를 위해 2루수 롱런을 꿈꾸고 있지만 무리한 고집을 부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팀에 ‘2루수 박경수’가 필요하지 않다면 욕심낼 이유가 없다. 그때는 외야나 1루 등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아쉬울 수는 있어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일부에서는 ‘자존심도 지켜야 하지 않나’고 얘기하겠지만, 결국 팀이 잘되면 내 자존심도 올라간다. 그만큼 좋은 건 없다”고 덧붙였다.

KT 박경수. 사진제공|KT 위즈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경수는 역대 2루수 홈런 2위(125개)에 올라 있다. 1위 김성래(147개)와 차이는 22개로 이르면 올 시즌 추월이 가능할 전망이다. KBO리그 2루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아로새기는 것이다. 2015년 KT 유니폼을 입은 뒤 연 평균 20.5홈런을 때려내며 ‘수원 거포’로 거듭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박경수는 “통산 최다홈런을 때린 이승엽 선배, 최다 안타의 박용택 선배처럼 큰 기록은 아니다. 한 포지션으로 오래 야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큰 의미는 안 둔다”며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홈런 몇 개를 치든 (안)치홍(KIA 타이거즈)이가 금방 갈아치울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박경수는 2016년부터 3년간 KT 주장을 역임했다. 올시즌부터 유한준에게 완장을 물려줬지만 ‘베테랑’ 역할은 그대로다. 신생팀의 2대 주장으로 선수단 내 틀을 잡은 박경수는 이제 그걸 유지시키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KT에 합류한 선수들이 ‘타 팀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못 느꼈다’고 말할 때마다 뿌듯하다. KT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혼나면서 야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당했다고 후배들한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올해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보다 10승 이상 올리고 싶다. 그러면 5강 싸움의 다크호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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