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 정영숙 주연의 아릿한 로맨스 ‘로망’이 고령화 치매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의 현실을 담담히 직시하며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영화 속 부부동반 치매 소재가 현실 가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 화제다.
영화 ‘로망’은 정신줄 놓쳐도 사랑줄 꼬옥 쥐고 인생 첫 로망을 찾아 떠나는 45년차 노부부의 삶의 애환이 스민 아른아른 로맨스로, 고령화 치매 사회를 담담히 직시하고 사랑이라는 따스한 솔루션을 환기하는 작품이다. 특히 지금껏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부의 ‘동반치매’를 소재로 대한민국에 노년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기에 영화 외적인 부분의 반향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우 이순재와 정영숙의 국보급 부부 내공과 더불어, 실력파 대세 배우 조한철과 배해선의 찰진 부부 케미, 연기파 부부 배우 진선규와 박보경의 리얼 부부 호흡까지 전 세대 부부의 로망을 아우르며 공감을 자아내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올봄 부부 필람 로맨스 무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영화 ‘로망’은 75세 조남봉(이순재 분)과 71세 이매자(정영숙 분), 일명, 남매부부가 함께 치매에 걸리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라는 남봉의 대사처럼 생각만으로도 충격을 선사하는 부부 동반 치매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많은 이들에게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혀져 화제다. 유타주립대 노인의학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부 중 한쪽이 치매를 앓으면 그 배우자는 그렇지 않은 배우자들보다 치매가 생길 위험이 6배 높게 나타나며, 특히, 아내가 치매에 걸리면 남편이 치매에 걸릴 위험은 11.9배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부부 간 생활습관을 장기간 보유해왔고, 배우자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소 무섭게 느껴지는 부부 동반 치매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속에서도 영화 ‘로망’은 가족과 사랑이라는 솔루션을 따스하게 환기시킨다. 온갖 세상 풍파를 맞선 자글자글한 주름까지 닮은 45년차 치매부부가 아릿한 기억 속 함께 꿈꿨던 첫 로망을 떠올린다. “둘보다는 하나가 나을 거에요”라는 매자에게 남봉은 “그래도 하나 보단 둘이 낫지. 심심치도 않고…”라며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정신줄은 놓아도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줄만은 꼭 부여잡고픈 노부부의 스토리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전개되어 저마다의 인생 한 켠에 품었던 로망을 떠올리게 한다.
부부 동반 치매를 다룬 첫 영화 ‘로망’은 오는 4월, 모두 함께 바라보아야 할 치매 인구 70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질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