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김새벽-김예은-정하담(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유관순 역 고아성만큼 빛났던 열연
작지만 큰 울림을 안기는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00만 관객 흥행을 일구면서 이를 가능케 한 주역들도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 유관순을 연기한 고아성의 활약이 탁월하지만 그를 중심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하면서도 의연한 삶을 ‘항거: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제작 디씨지플러스)로 펼쳐낸 또 다른 배우 3인에게도 시선이 향한다. 배우 김새벽과 정하담, 김예은이다.
이들은 상업영화는 물론 TV 드라마 출연 경험도 거의 없는 탓에 대중적인 인지도가 아직은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신인 연기자는 아니다. 저마다 5, 6년간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도전을 멈추지 않은 진짜 실력자들이다.
세 배우의 필모그래피는 영화계가 때마다 주목해온 독립영화의 목록과 그대로 겹친다. 실험성 짙은 영화는 물론 주제가 분명한 극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역량을 키운 공통점으로도 묶인다. 덕분에 대중성은 낮은 편에 속해도 영화계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아온 ‘독립영화의 별’로 통하고 있다.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이들이 보인 저력 역시 그냥 나온 실력이 아니다.
김새벽은 그 중 경력이 가장 화려하다. 2011년 ‘줄탁동시’를 통해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한 여름의 판타지아’, ‘걷기왕’, ‘초행’ 등 독립영화는 물론 ‘그 후’ ‘풀잎들’ 등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도 참여하면서 개성을 드러내왔다.
김새벽은 이번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만나 잠재력을 제대로 터트린다. 유관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어떤 면에선 가장 담대한 각오로 항일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로 관객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김새벽뿐 아니라 ‘들꽃’ ‘스틸플라워’ ‘재꽃’ 시리즈로 알려진 정하담, ‘양치기들’부터 ‘소공녀’ ‘환절기’까지 최근 몇 년간 주목받은 영화에 빠짐없이 출연해온 김예은의 카리스마도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100만 관객 흥행을 일군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상업영화가 선뜻 시도하지 않은 과감한 소재와 묵직한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두루 소화하면서 쌓은 실력이 있어 가능했다.
제작비가 약 10억 원에 불과했던 ‘항거:유관순 이야기’ 제작진은 넉넉하지 않은 조건이지만 작품의 지향에 공감해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배우들을 찾아 이들의 합류를 이끌었고, 최상의 시너지를 냈다. 이들과 호흡을 맞춘 고아성은 “서로 의지하면서 든든한 마음으로 촬영을 임했다”며 “또 한 번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커 감독님을 조르고 있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