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과 이용규는 다르다!” 장고 들어간 한화

입력 2019-03-17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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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규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외야수 이용규(34) 때문이다. 시기, 기강, 계약관계 등 따져봐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한화는 16일 이용규에게 “당분간 육성군에 가있으라”고 통보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내 구단 사무실에서 석장현 운영팀장이 이용규를 만났다. 이용규가 시범경기 개막 전날인 11일 한용덕 감독, 15일 석 팀장을 차례로 만나 트레이드를 요청한 데 따른 구단 차원의 첫 대응이었다. 조용히 처리하려던 사안이 15일 밤 외부로 알려지자 16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내린 결정이기도 하다.

육성군행은 ‘징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선 ‘전력외’라는 의미다. 구단 관계자는 17일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해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만 이용규와 권혁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결론이 이용규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으리란 얘기다.

좌완투수 권혁(36)은 1월말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되자 방출을 요청했고, 한화는 2월 1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그 직후 권혁은 두산 베어스와 연봉 2억 원에 계약했다. 연봉 재계약도 이뤄지지 않았고, 스프링캠프를 앞둔 시점이라 한화가 대승적 차원에서 권혁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구는 여러 측면에서 권혁의 방출 요청과는 결이 다르다. 이용규는 1월 30일 한화와 2+1년 총액 26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마쳤다. 최소 2년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헌신해야 한다. 이 계약에 따라 스프링캠프를 거쳤고, 시즌 개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 FA 계약 첫 시즌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도 전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트레이드 요청의 근거 역시 알려진 대로라면 명분이 약하다.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테이블세터에서 9번타자로 포지션과 타순이 한꺼번에 바뀐 데 따른 서운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용방식은 감독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근우(37)의 포지션 이동까지 얽혀있어 더더욱 그렇다.

국가대표 2루수로 명성을 떨치던 정근우는 지난해 1루수에 이어 올해는 외야수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 감독은 좌익수와 우익수가 양옆에서 거들 수 있다고 판단해 중견수로 정근우를 고정한 가운데 경험 많은 이용규를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옮겼다. 따라서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은 ‘전력극대화’를 위한 감독의 결정에 반기를 든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권혁은 원하는 결말을 얻었다. 반면 현재진행형인 이용규의 앞날은 ‘시계제로’다. 문제를 제기한 시점도, 각자의 처지도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규와 권혁은 다르다”는 구단 관계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시간이 답해줄 것으로 보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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