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산 “이선균·송새벽과 호흡하며 영감얻어, ‘고급연기’ 하는 기분”
연극무대에서 알차게 쌓은 패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난 박호산. 23년간 묵혀온 내공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단숨에 대중에게 박호산이란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더니 그 후로는 그야말로 순풍 중이다. 연기가 아직 배고프다는 듯 반가운 다작 행보를 보여주며 대중과 관객의 보는 눈을 정화하는 연기파 배우 박호산을 bnt가 만나봤다.
박호산은 이번 화보에서 생애 첫 화보라는 것이 무색하게 강렬한 수트부터 따뜻한 느낌의 셔츠와 카디건룩은 물론 트렌치 코트를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소화하며 명연기를 보여줬다.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먼저 최근 그의 다양한 작품 활동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을 수 있었다. 자칭 그의 출세작인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빵)’에 대해서는 “처음엔 인기를 전혀 예상 못 했다. 리딩을 하러 갔는데 나 포함 거의 다 연극배우더라. 우리가 이번에 잘해야 다음에도 연극배우들이 활동하기 편하겠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조금 있었다”라며 “내 역을 맡기 위해 오디션을 5번 넘게 진행했다. 나는 어떤 역을 줘도 얼추 맞아서 고민이라고 하길래 아무도 안 맡을 역을 주면 된다고 했더니 바로 혀 짧은 역을 주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또 하나의 명품 연기를 보여준 ‘손 더 게스트’에서는 “빙의 연기로 한을 풀었다. 아무래도 조연이다 보니 주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내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파트너 정은채가 무거운 톤으로 연기하니까 자연스럽게 나는 수다스러워졌다”는 설명을 이었다. 동시에 주인공 3인방인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에 대해 “연기와 사생활 모두 칭찬할 만한 후배들이다. 술도 어찌나 잘 사는지. (김)동욱이가 크게 쏜 회식이 인상 깊었다”며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연극배우로 23년간 활동한 탓에 대중에게는 신인 아닌 신인이라는 그는 “연극배우를 23년간 하면서 별의별 역할을 다 해봤다. 그렇게 쌓아온 카드를 방송에서 하나씩 보여드리는데 그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는 말로 겸손함을 보여주는 한편 “연극을 오래 하면서 대학로에서는 팬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인지도가 좀 있었는데 방송을 하니까 그 인지도가 전국으로 확대된 기분이다. 좋다”는 표현으로 지금의 인기를 설명했다. 동시에 “작품과 함께 기억되는 배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내 이름 박호산보다 내가 맡은 캐릭터 이름으로 기억해 주실 때 더 좋다”는 말에서 그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백발은 예전의 그에겐 그저 단점으로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다고. “30대 중반에 이미 백발이 됐는데 그러다 보니까 들어오는 역할이 한정된다. 그래서 연극을 할 때는 항상 염색했었다. ‘슬빵’을 하면서 내 나이보다 연령대가 있는 역할을 하게 되다 보니 내 원래 머리인 백발로 출연했는데 그러면서 백발이 낫다는 소리도 듣고.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된 기분이라 좋다. 요즘에는 백발로 그냥 다닌다”며 “역할에 따라서 염색이든 삭발이든 언제나 할 수 있다. 연기라면 뭘 못 하겠나”는 말로 연기에 대한 의지의 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 박호산은 연기는 혼자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상대 배우와 잘 호흡해서 대사,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 가야 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할 때 이선균, 송새벽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 그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내가 고급 연기를 하는 기분이 들더라”는 말로 동료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앞으로 방송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묻자 “방송에선 아직 신인이지 않나. 멜로건 사극이건 무엇이든 하고 싶다. 내 목표가 다작이다. 연극배우를 할 때도 다작하는 배우였다. 올해도 대중과 쉬지 않고 만나고 싶다”는 말로 그의 연기에 목마른 대중에게 기대감을 높였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