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 스포츠동아DB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 이용규(34)의 트레이드 요청은 한화 이글스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감독의 리더십, 구단의 지향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들이 입은 상처가 만만치 않다. 또 항명이나 다름없는 그의 돌출행동은 역설적으로 베테랑들의 입지를 흔드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세대교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선 팀 전력은 물론 케미스트리 측면에서도 신구조화가 필수지만, 이용규로 인해 모두가 어색한 처지가 됐다.
포지션(중견수→좌익수)과 타순(테이블세터→9번타자) 변경에 따른 불만인지, 전반적인 팀 내 베테랑들의 입지 축소에 따른 반발인지 본인 스스로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는 것도 의혹만을 증폭시키며 관련 당사자들에게는 이중고, 삼중고를 안기고 있다. 구단의 강경한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결자해지’와는 동떨어진 자세다.
시즌 개막 직전인 만큼 전력구성 측면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팀에 큰 데미지를 입혔다’고 볼 수 있다. 수비와 타선 모두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한용덕 감독의 시즌 구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놓았다.
수비에선 단순히 좌익수 자리만이 아니다. 대체 좌익수로는 김민하, 장진혁, 양성우와 더불어 부상에서 회복 중인 최진행을 투입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이용규보다는 모두 수비력이 떨어진다. 또 이용규의 부재는 중견수 정근우에게도 큰 부담이다. 한 감독은 수비력이 뛰어난 좌익수 이용규-우익수 제라드 호잉이 양옆에서 거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근우에게 중견수를 맡겼다. 그러나 이 그림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정근우의 중견수 안착에는 그만큼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
타선도 꼬이게 됐다. 9번타자는 상·하위타선의 연결고리이자, 하위타선의 또 다른 테이블세터다. 하위타선에서 찬스를 만들어 상위타선으로 연결해주는 자리가 바로 9번이다. 이제 이용규를 배제한 상태에서 새로운 9번을 찾아야 한다. 송광민을 ‘강한 2번’으로 배치하려던 한 감독의 또 다른 구상 또한 자칫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용규의 돌출행동이 연쇄파장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