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감스트 해설 데뷔 논란, MBC 무리수가 빚어낸 자살골

입력 2019-03-27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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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감스트 해설 데뷔 논란, MBC 무리수가 빚어낸 자살골

BJ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감스트가 대한민국:콜롬비아 평가전을 통해 지상파 해설 데뷔를 이룬 가운데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26일 감스트는 자신의 아프리카 TV 채널을 통해 생방송을 실시해 A매치 평가전 해설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앞서 감스트는 김정근 하나운서, 서형욱 해설위원과 함께 대한민국:콜롬비아 A매치 평가전에 해설자로 참가했으나 콜롬비아 해설진을 흉내내며 과장된 남미 억양을 사용하는 한편, 나상호 선수의 투입을 두고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감스트는 “전반전 끝나고 각종 사이트로 들어가 봤는데 욕이 많았다. 국장님도 오셔서 악플이 상당히 많다고 하시니까 위축이 많이 되더라. 그래서 후반전부터는 경기를 잘 못 봤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감스트는 이번 해설 데뷔에 대해 “5일 전에 MBC로부터 해설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지상파에서 해보는 게 꿈이었다”면서도 “지상파와 맞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해설은 인터넷 방송에서만 하겠다.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겠다”고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번 감스트를 둘러싼 논란이 오로지 한 개인의 일탈(?)이나 자질부족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꾸준히 감스트를 편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온 MBC 측이 젊은 시청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한 해설 데뷔를 시킨 탓이 더 크다.

감스트의 말에 따르면 MBC 측은 “감스트스럽게 해달라”, “텐션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했다. 감스트스럽지 않은 해설이었다면 누리꾼들은 당연히 “재미없다”, “신선함이 없다”는 비판을 했을 것이고, 감스트 스타일이 그대로 유지되었어도 “격이 떨어진다”고 말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나 감스트에게 실익이 없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MBC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부터 축구 경기에 감스트의 콘텐츠를 활용해 왔다. 집에서 축구를 관람하며 소리 지르고 열광하는 감스트의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고 이는 김정근-안정환 등이 이끄는 지상파 해설진과 또 다른 인기를 구가했다.

이후 감스트는 MBC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는 버라이어티부문 남자 신인상까지 안겼다. 또한 현재에도 ‘호구의 연애’ 코멘터리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호구의 전당’에 출연 중이다.

물론 MBC 같은 지상파가 젊고 감각적인 1인 크리에이터와 만나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널리 권장할 만한 일이다.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구사하는 1인 크리에이터를 훌륭한 방송인으로 성장시킨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다른 경기도 아닌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이다. 더욱 전문적이고 친절한 해설이 필요한 경기에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이슈 생성을 위해 이제 막 지상파 방송을 경험한 1인 크리에이터 감스트에게 해설을 제안한 건 누가 봐도 명백한 MBC의 자살골이었다.

사진=감스트 인스타그램, 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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