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권혁현.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9일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그는 각 잡힌 자세와 “~습니다”로 끝나는 문어체로 극중 강력반 형사 캐릭터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스로도 “실제의 나와 큰 차이는 없다”고 인정한다. 캐릭터 설정인 줄 알았던 넘치는 패기 또한 그와 똑 닮아 있었다.
● “극중 이름 준 첫 작품 ‘빙의’”
“이번 작품으로 극중 첫 이름을 받았다. 그러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100% 만족할 수 있는 연기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작품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됐다. 오디션을 통과할 줄도 몰랐는데 즉석에서 김준형의 대본을 받아서 붙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배 연기자 송새벽, 이원종은 그에겐 “큰 존재”다. 권혁현은 “현장에서 두 분을 처음 뵈었을 때는 머리가 새하얘졌다”고 웃었다.
“선배님들이 ‘우리처럼 이렇게 좋은 선배 없다’는 농담으로 긴장을 많이 풀어주셨다. 신인 시절 이야기나 연기 조언도 많이 들려주셨다. 그런 선배님들의 진정 어린 이야기가 정말 와 닿아서 귀 담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언제 이 분들과 밥 먹고 술 마셔보겠나, 하하하!”
패기 넘치는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최 순경 역의 안은진과 로맨스도 펼친다.
“드라마에서 단 둘인 러브라인 중 하나를 맡게 되다니”라며 권혁현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사실 무뚝뚝한 성격상 ‘알콩달콩’은 잘 못 한다.(웃음) 긴장한 내게 (안)은진 누나가 ‘네가 편한 대로 연기 하라’며 날 믿어줘 용기를 얻었다. ‘빙의’는 여러 모로 내게는 자신감을 안겨준 작품이다. 로맨스도 해보고, 포스터에도 내 이름이 나오니 당연한 결과다. 내게는 데뷔작과도 다름없는 이 작품으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확신을 얻었다.”
연기자 권혁현.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훈련소서 접한 연기, 한순간에 빠졌죠”
“동기가 들려준 한 오디션 이야기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오디션에서 한 여성이 피아노를 치면서 우는 신을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 걸 어떻게 하지’ 싶다가도, 그런 자유로움이 허용되는 연기에 한순간 푹 빠지게 됐다. 그야말로 ‘풍문’만 듣고 뛰어든 거다. 이 길에 확신이 들자마자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뒀다.”
부모님은 당연히 ‘결사반대’였다. 이에 “딱 1년만 (시간을)달라”고 했다.
제대 후에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학원을 다녔다. 제작사에 직접 프로필을 돌리고, 수많은 오디션 현장을 찾았다. 그러다 단편영화 출연 기회가 왔고, 지금의 소속사도 만났다.
부모님도 지금은 응원을 쏟는다. 약 4년 간의 여정으로 맺은 결실이었다.
“연기는 ‘평생직장’ 아니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떨어져도 계속 해보잔 생각이었다. 내게는 힘들었지만 참 값진 시간이었다. 회사에 들어오고 1년간 정말 열심히 연기 연습만 했다. 가수 토니안이 소속사 사장님인데, 그렇게 신경써 주고 응원도 해 주셔서 늘 감사하다. 사장님이 항상 ‘잘 될 거니까 지치지 말자’며 격려해 줘서 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된다.”
학창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운 동료들도 있지만, 뒤늦게 시작한 자신은 “도화지의 매력”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독특한 경력이 원동력이기도 하다. 권혁현은 “언젠가는 나처럼 뒤늦게 뛰어든 친구들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며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