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뒷담화] “승리야, 너 영화 찍었더라?” 어이가 없네~

입력 2019-03-30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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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그것이 알고 싶다’

《편집자 주 : ‘대놓고 뒷담화’는 ‘작품성이고 뭐고 영화는 재미있는 게 장땡’이라는 생각으로 기획해 두 기자가 의식의 흐름대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전문성 혹은 깊이를 바라신다면 이 창을 닫아주시길 바랍니다. 대화에 나오는 영화의 기준은 이미 개봉을 한 작품으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BBl사감 : 3월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정신이 없었어. ‘버닝썬’ 사태가 터지고 ‘승리 게이트’에 이어서 정준영 불법 영상 촬영에…. 정말 사건이 연속으로 터져서 그 내용을 다 소화하는 게 버거울 정도였어. @_@

오곡라떼 : 매일 새로운 소식이 나오는데 접할 때마다 놀랍더라고요. 그거 보셨어요? 유투버들이 여러 영화를 짜깁기 편집해서 만든 ‘클럽 버닝썬’ 예고 영상? 오죽하면 이런 게 나왔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편집을 잘했더라고요.

BBl사감 : 고퀄이야.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아마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던 영화들로 구성돼있더라고. ‘베테랑’,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이 있었어. 연기한 배우들에게 조금 미안한 소리인데 캐스팅도 좀 쩌는 듯? 이경영 배우는 1인 3역이시던데, 다 어울리는 것 무엇?

사진출처=‘버닝썬’ 영화 가상 예고편


오곡라떼 : 그러면 승리는 ‘내부자들’의 이병헌인가요? ‘클럽 버닝썬’은 아직 조태오를 잡지 못한 것 같은데. ‘아트박스 사장님’ 나와서 잡아줬으면. 아무튼 이번 영상은 ‘승리 게이트’와 비교했을 때도 아주 그럴듯한 영상이었어요.

BBl사감 : 그래서 우리가 그 이야기를 했잖아. 3월은 3월 개봉 영화가 아니라 ‘승리 게이트’와 관련된 영화를 이야기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오곡라떼 : 그래서 서둘러 ‘베테랑’과 ‘내부자들’ 등을 다시 봤어요. 클럽, 마약, 성범죄, 정경유착 등 그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피부에 확 와 닿더라고요. ‘내부자들’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사실과 무방한 설정이다. 비슷하더라도 우연일 뿐이다’라고 글이 올라가는데 정말 대박이었어요. 예언이었나.

BBl사감 : ‘내부자들’ 윤태호 작가가 예전에 JTBC ‘뉴스룸’에서 “상상력으로 만들고 나니 뉴스에서 비슷한 실제 별장에서 벌어지는 기득권층의 문제가 나왔다"라고 하더라고. 아마 웹툰을 그릴 때는 수많은 기사나 인터뷰 등을 했을 거야. 그래서 어느 정도 사실을 감안해서 만들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게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 영화니까 우리에게 현실감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지. 그런데 원래 ‘오곡라떼’는 ‘내부자들’ 보기 전에 좀 꺼려했잖아. 거부감이 있는 장면이 있을 것 같다고.

오곡라떼 : 그런데 막상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잠깐 나오는 장면만 봐도 보기 겁났었는데 ‘버닝썬’ 사태로 심장 붙들고 본 거예요. 완전 꿀잼. 선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비리와 권력의 유착 관계를 그리는 서사가 정말 좋았어요.

사진출처=‘버닝썬’ 영화 가상 예고편


BBl사감 : 나도 ‘내부자들’을 되게 좋아해. 물론 조승우 오라버니가 나와서도 그렇지만. ㅋㅋ 이병헌과 조승우의 연기호흡도 좋았어. 심각한데 두 사람의 케미가 은근 재미있었어. 오죽하면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하자”라는 유행어가 탄생했겠어. 이야기도 정교했고 반전도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대사들이 인상적이었어. 백윤식 선생님의 “대중들은 개, 돼지 입니다”라는 대사가 진짜 와 닿은 것은 우리를 모욕하는 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지.

오곡라떼 : 전 백윤식 선생님 대사 중에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팩트가 달라질 수 있고, 인터넷에서 씹어댈 수 있는 먹이가 필요할 뿐”이라는 부분이 와 닿아요. 의미심장한 것은 제 기분일까요?

BBl사감 : 사실 지금 ‘내부자들’과 비슷한 사건이 수사에 들어갔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말야. 어떻게 보면 ‘내부자들’, ‘검사외전’, ‘베테랑’의 시작은 기득권층의 권력 오용이잖아. 수사가 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어.

오곡라떼 : ‘내부자들’ 보니까 ‘김학의 사건’뿐만 아니라 ‘버닝썬 게이트’를 지켜보고 있는 지금, 제가 제대로 본질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영화에선 기득권층의 권력 오용이 죗값을 받지만, 현실에선 글쎄요. ‘버닝썬 게이트’만 봐도 버닝썬 운영진 등 연루자들과 의혹을 받는 총경은커녕 몰카범만 잡고 있더라고요.

BBl사감 : 그러게. 솔직히 우리가 바빠져도 정의구현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어찌됐든 이번 3월은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승리야, 너 영화 찍었더라?”


BBl사감 : 그나저나 이제 4월이야. 예상하건데 당분간 ‘마블’ 바람이 불지 않을까?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4월 개봉을 확정했고 한국으로 배우들이 내한하잖아. 3월에는 ‘캡틴 마블’이 개봉을 했고. 영화를 맡고 나서 마블 스튜디오 영화 시사회는 ‘캡틴 마블’이 처음이었잖아. ‘캡틴 마블’은 어땠어?

오곡라떼 : ‘마블 알못’이 봐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영화였어요. ‘어벤져스’ 결성 계기를 보여준 편이었잖아요. 시리즈 중 독립적인 영화 중 하나였어요. ‘캡틴 마블’을 보고 나서 ‘어벤져스’ 시리즈를 보면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캡틴 마블’에겐 미안하지만 ‘구스’가 너무 시선강탈이어서. 그 생각도 했어요. ‘엔드게임’에서 구스가 타노스를 먹으면 끝나는 거 아닌가.


BBl사감 : 나도 그 생각 안 한 거 아니야. ‘구스’를 검색하니까 ‘플러큰’ 종족이더라고. 우리가 보기엔 너무 귀여운 고양이인데 구스 몸 자체가 엄청난 저장 공간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벤져스가 막 싸우다가 다 안 되면 구스가 ‘짠’ 하고 나와서 타노스 먹고 스톤만 토하는 건가 싶기도. ‘캡틴 마블’ 쿠키 영상에서 구스가 테서렉트를 토했던 것처럼.

BBl사감 : 난 ‘캡틴 마블’ 때문에 재미있었던 일은 이 영화가 개봉 전에 브리 라슨이 “백인 남성들이 내 영화를 평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해서 페미니스트라고 누리꾼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게 나한테까지 반응이 오더라고. 우리는 매일 박스오피스 기사를 쓰는데 내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여기자라 ’캡틴 마블‘ 기사 쓴다’는 댓글이 올라오더라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요, 여러분.

오곡라떼 : 억울합니다, 우리는. 그러고 보니 ‘엔드게임’ 내한행사에 브리 라슨이 오는데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요. 전 ‘캡틴 마블’을 보는데 무겁게 느껴지는 액션신만 조금 더 날쌔진다면 훨씬 좋을 듯요. 물론 브리 라슨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은 ‘캡틴 마블’에 딱이었어요.


BBl사감 : 나는 닉 퓨리가 정말 ‘스크럴’일까 궁금해. “사선으로 자른 빵은 먹지 않는다”는 닉 퓨리가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빵을 먹는데 그게 사선인지 그냥 세로로 자른 빵인지 잘 모르겠는데 ‘마블 덕후’들이 그걸 발견했지. 그래서 팬들은 닉 퓨리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에서 죽은 거고 스크럴이 닉 퓨리로 변신해 살았던 게 아니냐는 설이 있어. 그리고 실제 스크럴이 닉 퓨리로 변신하는 과정이 담긴 포토북 같은 것도 공개가 되기도 했지.

오곡라떼 : 스크럴이 과연 닉 퓨리였을지 궁금하네요. 사실 스크럴 변신 능력도 ‘캡틴 마블’의 재미 중 하나였어요. 다 가짜 같아 보여서요ㅎㅎㅎ 닉 퓨리 ‘스크럴 설’만으로도 벌써 재밌네요.

BBl사감 : 하지만 ‘캡틴 마블’의 미친 애는 ‘구스’였지. 귀여웠는데. 입에서 대왕 오징어 발이 나와서 좀 놀라긴 했어.

오곡라떼 : 구스에게 받은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구스.. 너 귀여웠잖아....왜 그랬어...........

BBl사감 : 난 생각보다 ‘캡틴 마블’의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좀 실망했다고 해야 하나?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히어로라고 해서 한 번에 딱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약간 콩알탄 던지는 히어로 같은 기분?

오곡라떼 : 아ㅎㅎㅎㅎ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요. 전 개인적으로 이번 내한 행사에 ‘토르’가 오지 않아서 아쉬워요. 어떻게 한 번을 안 옵니까? 토르여! 망치 들고 한 번 오세요! 이번 생에 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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