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깬 KT의 양궁농구, 서동철 감독 “팬들의 응원에 용기냈다”

입력 2019-04-0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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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동철 감독. 스포츠동아DB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유명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다. 농구에서 제공권 싸움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프로농구 각 구단 감독들이 장신 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세계 농구 추세는 약간 다르다. 높이가 여전히 중요 하지만, 3점슛의 중요성도 이에 못지 않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인 스테판 커리, 케빈 듀란트(이상 골든스테이트), 제임스 하든 등 외곽슛과 공격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위상을 높이면서 극단적인 공격 농구가 세계농구의 흐름이 됐다. 극단적인 공격 농구에서 3점슛은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다. 제임스 하든이 중심이 된 휴스턴은 아예 3점슛 시도가 2점슛 시도보다 많을 정도다.

이에 반해 아직까지 한국농구는 센터 농구가 주류다. 여전히 존재감 강한 센터를 보유한 팀이 우승 전력에 가깝다.

이 가운데에 부산 KT는 서동철 감독 부임 이후 3점슛으로 무장해 한 시즌을 치렀다. 센터가 중심이 된 한국농구의 틀을 깬 변화였다.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선수 신장제한(장신 200㎝이하) 속에서도 센터를 찾기 혈안이었지만, 서 감독은 포워드인 마커스 랜드리(196㎝)를 선발했다. 또한 팀내 최장신(205㎝)인 김민욱 마저도 3점슛이 주무기인 선수다.

서 감독은 “KT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슈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상열을 영입했고 외국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슛이 좋은 선수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해 랜드리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외곽슛 농구를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양궁농구’가 우리 팀의 색깔이 됐다. 한 시즌동안 확실한 색깔을 냈다는 부분에서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3점슛을 주요 공격 옵션으로 한 KT는 농구 팬들 사이에서 ‘양궁농구’로 불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창원 LG와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3, 4차전에서 봇물처럼 터진 3점슛은 올 시즌 KT가 추구한 양궁농구의 백미였다.

KT는 1일 LG와의 6강 PO 5차전에서 86-106으로 패했다. 이와 함께 올 시즌 프로농구 히트상품이었던 KT의 양궁농구도 막을 내렸다.

서 감독은 “올 시즌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하게 됐다. 3점슛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점에서는 한계를 느꼈다. 높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지만, 양궁농구라는 확실한 색으로 좋은 시즌을 치렀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틀에서 벗어난 농구였지만, ‘양궁농구’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긍정적으로 봐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팬들의 칭찬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더 용기를 냈고 힘을 낼 수 있었다. 감사하다”라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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