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지 못해서…” 손아섭의 자책, 그가 빛나는 이유

입력 2019-04-05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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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영리하게 야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손아섭(31·롯데 자이언츠)의 상징은 근성이다. 신인 시절부터 악바리 같은 눈빛으로 타석에 임했고, 어떠한 타구를 때린 뒤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 했다. 그 근성은 손아섭을 리그 최고의 타자로 만든 자양분이다. 마치 ‘양신’ 양준혁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매일 같이 경기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고 나오기 때문에 ‘번 아웃’에 대한 염려도 있다. 이제 만 서른을 넘어섰기 때문에 몸 관리도 신경 쓸 시기다. 손아섭도 “나이 먹고 예전 같지 않다”는 너스레를 떨 정도다.

상징적인 장면 하나. 손아섭은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양상문 감독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전날(3일) 경기 수비 도중 허벅지 근육이 조금 올라왔다고 한다. 대타로는 대기한다”고 밝혔다. 결국 교체 투입 없이 이날은 벤치에서 하루를 마쳤다.

경기 전 만난 손아섭은 “확실히 상태가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팀도 다 동일한 조건에서 뛰지 않나. 핑계대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손아섭이 허벅지 통증을 느낀 장면은 3일 3-0으로 앞선 9회, 제이미 로맥 타석이었다. 로맥은 우측 담장 쪽을 향하는 타구를 때려냈다. 맞는 순간 홈런까지도 의심했을 만큼 큰 타구였고 우익수를 비껴갔다. 손아섭이 잡기는 애초에 힘든 타구였다. 그럼에도 손아섭은 늘 그랬듯 전력으로 타구를 쫓았다. 이때 허벅지 근육이 살짝 올라온 것이다.

손아섭은 “좀 영리하게,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하고 싶은데 아직은 그게 잘 안 된다”며 짐짓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손아섭은 3일까지 개막 10경기에서 타율 0.308,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4경기 연속 안타에도 만족할 리 없다. 민병헌이 왼 약지 중수골 골절로 6주간 이탈하며 그의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손아섭 역시 더 높이 날아오를 시기라고 확신한다. 그는 늘 그랬듯, 영리하지 않게 자신의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내던질 것이다. 손아섭의 영리하지 못함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대단한 타자로 만드는 비결이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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