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이번 신작 산문은 김훈의 무기이자 악기, 밥벌이의 연장인 연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산문 ‘라면을 끓이고’ 이후 3년 반 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연필로 쓰기’는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각 부의 타이틀만 봐도 김훈이 읽힌다. ‘연필은 나의 삽이다(1부)’,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2부)’,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3부)’.
그의 책상에서 지우개 가루는 산을 이루었다가 쓸려져 나갔고, 무수한 파지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가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연필로 꾹꾹 눌러쓴 200자 원고지 1156매가 쌓였다. 이 책은 그렇게 쓰였다.
김훈은 이 책의 서두에 이렇게 썼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의 나의 실핏줄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