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홍종현은 “지난 시간 불완전했던 것들이 최근엔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17일 영화 ‘다시, 봄’을 내놓는 그는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로 주말마다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 영화 ‘다시, 봄’으로 스크린 나들이한 홍종현
데뷔 11년…내게도 다시 봄이 오나 봐요
사람을 알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단순히 외모를 보고 판단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동안 미처 몰랐던 매력을 알아가기도 한다. 연기자 홍종현(29)은 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 시간 남짓 대화하면서 그의 진면목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차가울 것 같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17일 영화 ‘다시, 봄’을 내놓는 그는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도 출연 중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동시에 대중과 만나며 데뷔 11년째인 지금,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는 그를 1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벌써 11년, 앞으로 더 즐길 수 있는 자신감 생겨”
홍종현은 데뷔 당시만 해도 연기자로 살아갈 날들에 확신이 없었다. 과연 언제까지 즐기면서 이 직업을 할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시련이 찾아왔고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 10년이 훌쩍 흘렀다.
“지금은 홍종현이란 사람의 정체성이 점차 확립되고 있다. 불완전했던 것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연기도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년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시간이었고 이제 30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바람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4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다시, 봄’과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통해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영화 제목처럼 저에게도 봄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고 믿고 싶다”고 했다.
‘다시, 봄’은 특정 시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타임 루프 설정의 영화다. 딸을 잃은 여성(이청아)이 하루씩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종현은 시간이 전날로 되돌아가는 이유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을 맡았다. 이번 영화에서 20대 청춘답게 패기 넘치는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 유도 전공의 체대생 캐릭터로 수준급의 유도 실력도 공개한다.
“오랜만의 영화여서 무대인사 당시 관객 앞에 섰을 때 가장 긴장됐다. 지난해 촬영을 마쳐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시사회에서 보고 당시 작업했던 순간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스태프들과의 호흡과 끈끈했던 단결력 등이 스쳐 지나갔다.”
홍종현은 최근 “하루에 한 번 정도씩” 부모 세대의 시청자와 실제로 인사를 나누게 된다고 했다. 주말드라마의 힘이다. “3살 많은 누나로부터는 부모님이 지인들에게 아들 자랑하는 이야기도 전해 듣는다”고 했다. “주말극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그는 “내가 주말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왜 그렇게 기뻐하셨는지 알 것 같다”며 웃었다. 지금처럼 즐기면서 살아갈 10년을 기대하는 홍종현은 “그동안 쌓은 경험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됐다”며 “좀 더 여유 있게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 이 직업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겠구나 확신이 강해졌다”며 미소 지었다.
연기자 홍종현.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
홍종현은 스마트폰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가족들과 시간을 공유한다. 친구들과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바쁜 탓에 부모, 누나, 매형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그렇게 달래고 있다. 최근엔 3살인 조카의 사진을 보는 낙이 가장 크다.
“지나가다 벚꽃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거나, 점심메뉴나 날씨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다. 함께 지낼 때와는 또 다른 가족애를 느낀다. 가족이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 않나. 누구보다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소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하면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목욕탕에 같이 가기도 했고 아버지와의 기억이 많아 내 아들에게도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조카를 보면서 딸이 너무 예쁘다”며 웃는다.
미래 이야기에 신이 난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잠깐 쑥스러워하다가 말을 이어간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내 결정을 존중해주셨다. 남에게 피해가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것을 즐기라고 하셨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분명 얻는 게 있을 거라고. 덕분에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홍종현에게 연기와 가족을 제외하면 친구들과 그 자신이 남는다. 고등학교 동창,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2년 전 부산에서 배에 오토바이를 싣고 일주일간 떠난 일본 여행은 “열 손가락 안에 반드시 꼽히는” 추억이다. 올해에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목공 매력에 푹 빠졌다. 직접 목재를 주문해 작업실에서 깎고 다듬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머니에게는 나무도마를 선물하기도 했다.
“집중하다보니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좋다. 성격상 호기심이 많아 일단 도전해보고, 나와 맞으면 쭉 이어간다. 관심이 생기면 뭐가 됐든 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 관심은 이성과의 사랑으로도 이어지지만 취미처럼 도전할 순 없다. “연애도 하고 싶은데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웃는다.
● 홍종현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1990년 2월2일생
▲ 국제사이버대 엔터테인먼트학과 4학년 재학 중
▲ 2007년 모델 데뷔
▲ 2008년 영화 ‘연인들’로 연기 데뷔
▲ 2009년 드라마 ‘맨땅에 헤딩’ 이후 ‘정글피쉬2’ ‘무사 백동수’ ‘전우치’ ‘마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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