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회사 가기 싫어’.
다큐 원작 예능·드라마들 쏟아져
무너진 장르 경계·이야기 힘 한몫
무너진 장르 경계·이야기 힘 한몫
최근 다큐멘터리가 드라마·예능프로그램의 ‘원천 콘텐츠’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삼거나, 형식과 내용을 빌리는 프로그램이 늘어나 신선함을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사라진 장르의 벽” 덕분에 다큐멘터리의 ‘무한변신’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5월 초 방영 예정인 MBC 예능프로그램 ‘가시나들’은 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원작으로 한다. 연기자 문소리가 시골 할머니들의 한글 선생님으로 나서는 내용은 영화와 똑 닮았다. 권성민 PD가 ‘칠곡 가시나들’의 김재환 감독에게 직접 제의해 성사된 “연작”의 결과물이다.
또 9일 첫 방송한 ‘회사 가기 싫어’는 허구의 설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모큐멘터리 장르를 표방한다. 앞서 작년 12월 KBS 2TV가 방영한 ‘땐뽀걸즈’가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드라마화한 작품이기도 했다. 1월 KBS 2TV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은 이하늬, 김혜성 등 여러 연예인들이 다큐 PD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여러 장르의 연출자들이 다큐멘터리를 욕심내는 이유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가시나들’ 권성민 PD는 21일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보다 현실의 이야기가 더 극적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회사 가기 싫어’의 조나은 PD는 “다큐멘터리 역시 기승전결을 갖춘 스토리가 중요하다”며 “본질적으로 두 장르가 다르지 않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연출된 실제 상황’에 더 이상 속지 않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안목도 한몫했다. 권 PD는 “연출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능프로그램에 다큐 형식을 얹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에 기반한 프로그램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토트넘)을 내세워 5월 방송하는 tvN 다큐예능 프로그램 ‘손세이셔널’이 대표적이다. 권성민 PD는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장르의 문법을 빌어오는 일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