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송강호, 영화계 메날두”·송강호 “봉준호, 창의력 늘 감탄”

입력 2019-04-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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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으로 4번째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 22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는 “한국영화의 진화와 발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봉준호 감독
다른 두 가족의 공생 어려움 담아
한국적 뉘앙스…칸 수상? 글쎄요

송강호
한국영화 진화 발견하게 될 작품
봉감독 예술적 경지에 많은 자극

“송강호 선배와 영화를 찍으면 왠지 더 과감해지고 더 어려운 시도도 하게 돼요.” (봉준호)

“봉준호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와 비전은 굉장히 감동적이고 감탄스럽죠.” (송강호)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시작해 세 편의 작품을 함께하고 네 번째 합작인 ‘기생충’을 5월에 내놓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서로를 향한 신뢰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어 서로 크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분명히 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들의 협업이 한국영화의 확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22일 오전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설국열차’ 이후 6년 만의 재회에 대한 소감은 물론 함께 작업하면서 얻는 에너지와 시너지, 그리고 5월15일 개막하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상영에 따른 기대감을 숨김없이 밝혔다.


● ‘기생충’…다른 환경의 두 가족 이야기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영화는 여전히 구체적인 이야기가 베일에 가려진 데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과 포스터를 통해 풍기는 기묘한 분위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2013년 겨울 ‘기생충’의 스토리를 구상해 제작진과 첫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영화의 가제는 ‘데칼코마니’였다. 감독은 “다른 환경에 놓인 두 가족, 일상적으로는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담아내려 했다.

‘기생충’은 가족구성원이 전부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명문대 학생증을 위조해 글로벌 IT기업의 젊은 CEO 박 사장(이선균) 딸의 고액과외 교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봉준호 감독은 “독특한 상황에 맞닥뜨린, 전혀 다른 두 가족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님의 침묵’을 배울 때 ‘님’의 뜻을 생각하듯, 영화를 본 뒤 ‘기생충은 뭘까’ 추측해보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감독은 그만의 기준으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기택의 아내 충숙 역의 장혜진은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배우이고, 박 사장의 아내 연교 역의 조여정 역시 봉준호 감독과 작업이 처음이라 뜻밖의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에서 신선함을 더한다는 평가도 따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부터 조여정까지 모든 배우들은 이구동성으로 봉준호 감독과 작업에 망설임 없이 참여했다는 설명과 함께 “시나리오에 각 인물의 동선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 촬영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모든 인물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핵융합을 이루듯 화학작용을 만들어냈다”며 “부드럽고 유연한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만족해했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기생충’이 어떤 작품으로 완성됐을지 추측할 뿐이다. 다만 최근 ‘옥자’와 ‘설국열차’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마치고 돌아온 감독은 상생과 공생의 키워드를 통해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는 없는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어떻게든 이전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감독은 “최근작이 최고의 작품이고 싶은 마음으로 늘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 네 번째 만남…“정신적으로 의지”

송강호는 ‘기생충’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개인적으로 ‘살인의 추억’ 각본을 받았을 때 느낌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나는 동안 봉준호 감독의 놀라운 진화이자 한국영화의 진화를 발견하게 될 작품이 될 거라고 조심스레 생각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봉준호 감독은 그런 송강호와 작업은 단순히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넘어 “정신적으로 (그에게)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말로는 부족했는지 축구와도 비유했다. “메시와 호날두가 작은 몸짓, 작은 동작 하나로 경기의 흐름과 수준을 다르게 만들어 버리듯이 배우로서 송강호도 그런 존재”라며 “여러 배우들의 앙상블 가운데 영화 흐름을 규정하는 배우”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과 만날 때면 늘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송강호는 “이번에도 은근히 즐기면서 작업했다”고 돌이켰다. “작품에서 어떤 창의적인 시도를 하더라도 전부 받아들일 것 같은 감독이 바로 봉준호”라며 “그가 가진 예술가로서 경지에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 칸 경쟁 초청…“수상 가능성은 낮다”

‘기생충’은 올해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올해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이 경쟁부문에 다수 오른 상황. ‘기생충’은 나머지 18편과 더불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에 이어 두 번째, 송강호는 ‘밀양’과 ‘박쥐’에 이어 세 번째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관객을 만난다.

봉준호 감독은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처음 선보이게 돼 그 자체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히고 몇 초간 뜸을 들인 뒤 “칸에서 이 영화를 100% 이해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워낙 한국적인 뉘앙스가 곳곳에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뒤집어 보면 빈부의 이야기는 전 세계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 않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 세계 어떤 관객이 봐도 1분 내로 파고들 만한 작품일 수도 있다”고 했다.

송강호는 자신의 영화가 칸 경쟁부문에서 상영될 때마다 어김없이 수상 성과를 거뒀다고 거들었다. ‘밀양’ 땐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박쥐’ 땐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크게 웃어 보인 송강호는 “세계 영화인들에 한국영화의 진화·발전된 모습을 선보이게 돼 무척 설렌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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