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투약 부인 “필로폰 검출 경위 파악”→26일 구속영장 심사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가수 겸 연기자 박유천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약칭 국과수) 정밀검사 결과에도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로폰 성분 검출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19일 국과수로부터 박유천의 체모(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마약 양성 반응)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 16일 박유천의 경기도 하남 자택과 차량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박유천으로부터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의뢰했다. 당시 박유천의 소변에 대한 간이검사 결과는 음성 반응이었다. 다만, 박유천의 체모에서는 마약 성분이 남아있었다. 박유천은 경찰이 체모를 채취할 당시 체모 대부분을 제모한 상태였지만, 경찰은 박유천의 머리카락 일부와 다리털을 확보에서 국과수에 의뢰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필로폰 성분이 다리털에서 검출됐다.
하지만 박유천 측은 여전히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유천의 법률대리인 권창범 변호사(법무법인 인)는 “국과수 검사 결과는 부인할 수 없지만,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박유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영장실질심사까지 시간이 별로 없지만, 하지도 않은 마약 성분(필로폰)이 어떻게 체내에 들어가 국과수 검사에서 검출되게 됐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유천은 본격적인 경찰 조사에 앞서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박유천은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 보도를 통해서 황하나가 마약 수사에서 연예인을 지목했고 약을 권유 했다고 하는 내용을 보면서 그게 나인가 하는 생각에 너무나 무서웠다. 나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렇게 마약을 한 사람이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니라고 발버둥 쳐도 분명히 나는 그렇게 돼버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공포가 찾아왔다”면서도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내가 직접 말씀을 드려야겠다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황하나에게 마약을 권유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적이 많았다. 황하나 또한 우울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 약’과는 관련이 없다. 내 앞에서 마약의 전과가 있다거나 불법적인 약을 복용 중이라는 이야길 한 적 없다. 그저 헤어진 후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졌다고 했고 나를 원망하는 말들을 계속해왔을 뿐이다. 나도 기사로 접하고 많이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박유천 주장과 다른 수사 내용이 전해졌다. 경찰은 박유천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날짜와 관련한 황하나 씨 진술과 통신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박유천의 당시 동선이 대부분 일치하고 두 사람이 결별했음에도 올해 초까지 서로의 자택에 드나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또한, 경찰은 올해 초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박유천이 수십만 원을 입금하는 과정과 입금 20∼30분 뒤 특정 장소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찾았다.
그런데도 박유천은 세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황하나의 부탁으로 누군가에게 돈을 입금했을 뿐 마약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과수 결과를 놓고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애초 박유천과 황하나 씨에 대한 대질 신문할 예정이었으나, 수집한 증거만으로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취소했다. 이어 검찰에 박유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수원지방검찰청)도박유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했다.
이에 따라 박유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후 2시 30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한편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과의 전속 계약을 해지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24일 “당사는 박유천의 결백 주장을 믿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던 중 어제 국과수 검사 결과가 양성 반응으로 나왔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우리 소속 아티스트인 박유천의 진술을 믿고 조사 결과를 기다렸지만 이와 같은 결과를 접한 지금 참담한 심경이다. 당사는 더 이상 박유천과 신뢰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전속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유천은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대로 연예계를 은퇴할 것이며 향후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재판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당사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번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