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혈사제’ 김남길 “후배 조연들 주목받아 기뻐”

입력 2019-04-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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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남길은 “SBS 드라마 ‘열혈사제’로 후배 연기자들이 빛나 기쁘다”며 웃었다. 이어 “나보다 조연들이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화제의 드라마 ‘열혈사제’ 마친 김남길

안창환·음문석…들뜰까봐 잔소리도
부상? 흐름 끊지 않으려고 촬영 강행
‘버닝썬’ 패러디, 좋게 봐주셔서 다행

연기자 김남길(39)에게 SBS 드라마 ‘열혈사제’는 단순한 흥행작 그 이상이다. “새 얼굴을 발굴하는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열혈사제’로 빛을 본 조연들의 이름을 하나씩 읊던 그는 “아빠가 아들 보듯 그저 흐뭇하다”며 웃는다. 주인공인 자신보다 “그들이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왜 그토록 후배 연기자들에게 마음을 쏟는 것일까. “나 또한 그럴 때가 있었으니까”라고 말하는 김남길의 답에는 수없이 꺾이고 부딪치며 걸어온 16년 연기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 “조연 빛나는 작품 나와야”

김남길은 20일 종영한 ‘열혈사제’에서 말보다 손을 먼저 뻗는 김해일 신부 역을 맡아 열연했다. 22%(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달성한 덕분에 그는 동료 연기자들, 제작진과 함께 22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포상휴가를 다녀왔다. 2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결과가 좋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조연들까지 방송 기간 인터뷰 요청을 받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 기쁘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여러 모로 힘든 현장이었지만 연기자들의 합이 좋아 버텼다. 작품에 불필요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열혈사제’가 이를 증명했다.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쏭삭 역의 안창환, 장룡 역의 음문석 등이 주목을 받았다”며 자신의 일처럼 신나했다. “그들에게 ‘들뜨지 말라’고 조언해줬다”는 김남길은 현장에서 하도 잔소리를 늘어놔 이하늬로부터 “좀 냅둬”라는 타박(?)까지 들어야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조연들은 이렇게 주목을 받으면 ‘주연이 양보해줬다’고 생각한다. 다 자신들이 잘한 덕분인데, 그리 느낄 만한 경험을 그동안 많이 했던 거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잘 안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한 친구들에게 더 잘해주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그들이 현장에서 좌절해 길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다행히 나는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그들에게 받은 걸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그렇다면 김남길에게는 “들뜬 순간”이 있었을까. 그는 드라마 ‘선덕여왕’과 ‘나쁜 남자’로 한창 주가를 올릴 때인 2010년 입대해 “곧바로 꺾였다”며 웃었다. 덕분에 “잘 내려가는 법”이 중요하다는 걸 빨리 깨달았다고 한다.

“작품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순간의 인기에 취해 본질을 놓치고 가면 잘못된 길로 빠질 수밖에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연기로 밥벌이를 하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 연기의 본질을 떠나서 ‘보여주기식’ 연기를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엉뚱한 것에 상처를 받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 작품마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임한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코미디·‘부상 투혼’, 쉬운 게 없었죠”

김남길은 3월 촬영 도중 잇따라 손목과 손가락, 늑골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SBS는 결방을 해도 좋으니 치료에 전념하라 했지만 그 스스로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 촬영을 강행했다.

“9∼11회를 촬영 중일 때 다쳤다. 반응을 확 끌어올릴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던 회차였다. 안창환, 고규필, 음문석 등이 관심을 받을 때이기도 했다. 분위기를 몰아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방은 피하려 애썼다. 다행히 보름 정도 촬영 분량이 남아 있어서 입원치료를 해도 지장이 없었다.”

코미디가 ‘전공’이 아닌 탓에 고민을 하기도 했다. 연예계를 뒤흔든 버닝썬 사태 등 다양한 사회문제도 “사실 조금은 불편했다”는 그다. 이런 난관을 거치면서 ‘열혈사제’를 향한 그의 애정은 더욱 짙어졌다.

“원래 ‘제2의 주성치’를 꿈꿨지만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하면서 코미디가 어려운 걸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고민이 많았다. 사회고발성 에피소드도 어떻게 보일지 조심스러웠다. ‘버닝썬’을 패러디한 ‘라이징문’ 부분은 내부에서도 ‘들어내자’는 의견이 나왔다. 본래의 이야기가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시청자들이 풍자적인 면을 좋게 봐주셨다. 지나고 나니 모든 게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상 욕심 없어…그게 전부가 아닌걸”

그는 5월1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의 남자연기자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다. 후보에 오른 건 감사할 일이지만, “상 욕심은 조금도 없다”고 단언한다. 한때는 “상을 받아야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치로 과거엔 한 달 단위로 세웠던 계획을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세우지 않게 됐다고 한다.

“마음먹은 대로 미래가 펼쳐지지 않는다는 걸 이젠 안다. 그래서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지낸다. 또 연기자로서 ‘세상의 일원이 되자’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자꾸 숨어버리면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까 싶다. 그래서 아직도 지하철을 애용한다.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웃음)”

일이 없을 때에는 기어를 바꿀 때마다 덜컹거리는 경차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그의 일상은 ‘소탈’ 그 자체다. 김남길은 앞으로도 달라질 바 없다고 말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그는 다짐하고 있다.

● 김남길

▲ 1980년 3월13일생
▲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 데뷔
▲ 2005년 MBC ‘굳세어라 금순아’ ‘내 이름은 김삼순’
▲ 2009년 MBC ‘선덕여왕’·연기대상 남자우수상
▲ 이후 SBS ‘나쁜남자’(2010) KBS 2TV ‘상어’(2013) 등 주연
▲ 2014년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아시안필름어워드 라이징스타상
▲ 2015년 영화 ‘무뢰한’
▲ 2017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 2019년 영화 ‘기묘한 가족’, SBS ‘열혈사제’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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