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에서 ‘대체불가’로, LG 이천웅의 화려한 변신

입력 2019-05-08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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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LG 이천웅이 9회초 1사 1,3루에서 역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LG 트윈스 이천웅(31)은 대타 요원에서 대체 불가 자원이 됐다. 연신 돋보이는 공격력을 선보이다보니 지명타자부터 외야수까지 팀 내 활용도 역시 몰라보게 높아졌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리그 타율 9위(0.317)에 올랐다.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서는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4타점 1득점에 3도루까지 겸하며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냈다. 왼손 대타 자원으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당당히 선발 라인업의 한 자리를 꿰찬 이천웅의 화려한 변신이다.

4월 중견수 이형종의 햄스트링 부상 공백을 100% 이상으로 채워내면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덕분이다. 이제는 지명타자 박용택이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형종과도 선의의 공존을 하고 있다. 이천웅은 “백업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런 시즌이 내게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면서도 “시즌은 길다. 내게는 매 경기가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류중일 감독의 굳건한 믿음이 이천웅에게 용기와 의지를 불어넣는다. 2018시즌에도 112경기에 출장하며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는데, 2019시즌엔 신뢰가 한결 두터워졌다. 좌투수를 상대로 약점을 지닌 이천웅이지만, 이제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타순이 조정되거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다. 이천웅도 “이렇게까지 기회를 받아본 적이 없다. 왼손 투수가 나오면 항상 빠지거나 하위 타순으로 내려갔다”며 “상대 투수와 상관없이 감독님께서 꾸준히 1번 타자로 내보내 주신다. 작년과는 또 달라진 부분이다. 기회를 살리고, 믿음에 보답하려면 경기에 나가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리드오프라는 중책을 맡은 가운데서도 개인이 아닌 팀을 먼저 생각한다. 초구 공략을 선호하는 공격적인 유형의 타자이지만, 상황에 따라선 리드오프가 상대 투수와 긴 볼 카운트 싸움을 펼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천웅은 “홈경기에선 1회 초에 실점을 하거나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투수도 좀 쉬어야 한다”며 “후속 타자들도 대기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봐야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즐겁지만, 자리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속마음도 꺼냈다.

아무리 타격감이 좋아도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아직 실전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라 종종 수비 실수를 범하는 까닭이다. 호수비와 범실의 경계를 넘나들다보니 ‘미스 앤 나이스’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천웅은 “아직 실수가 많다. 특히 외야 수비 상황에서 실수를 하면 그날 밤엔 잠도 잘 못 잔다”고 털어놨다. 결국 경험과 시간의 문제다. 그 역시 “투수의 볼 스피드와 스타일, 타자 유형과 방망이가 나오는 궤적, 타이밍 등을 보고 타구를 판단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고 했다.

고척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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