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살린 성공체험’ 두산 김경호, 그렇게 1군 선수가 된다

입력 2019-05-0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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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경호(왼쪽).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52)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1차 스프링캠프 당시 익숙하지 않았던 선수 한 명을 언급했다. 외야수 김경호(24)였다.

당시 육성선수 신분이었고, 2014년 입단 후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는 것은 엄청난 동기부여였다. 김 감독은 “(김경호가) 발이 굉장히 빠르더라. 백업으로 잘 준비하면 언제든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량을 지녔다”고 했다.

1군 무대가 간절한 선수에게 감독의 직접적인 언급, 그 이상의 동기부여를 찾기 쉽지 않다. 김경호도 그랬다. 미야자키 2차 캠프와 시범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육성선수의 등록 가능 시점인 5월1일에 맞춰 정식선수로 전환됐고, 1군 무대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김경호는 100m를 11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발을 지녔다. 김 감독도 “주력만큼은 김경호와 김대한이 팀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인정했다. 180㎝·68㎏으로 왜소한 체형이지만, 스피드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외야수로서도 넓은 범위를 책임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셈이다. 꾸준한 경험을 통해 주루와 수비 센스를 장착하면 1군에서 활용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8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기록한 23개의 도루는 김경호가 기본적인 주루 센스를 갖췄다는 증거다.

KBO리그는 2019시즌부터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홈런이 줄어들고, 점수 하나하나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다. 빠른 발을 지닌 선수는 소위 점수를 짜내는 야구에 특화한 존재다. 김경호도 그렇다. 4-3으로 승리한 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 평범한 땅볼을 치고도 상대 악송구에 2루까지 내달린 뒤 결승 득점에 성공한 것이 좋은 예다. 이미 한 차례 성공체험을 하며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캠프 당시 “1군에서 최대한 버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던 김경호는 정식 선수로 등록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한 뼘 더 자라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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