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강백호, 짐을 들고도 버티는 법을 알아간다

입력 2019-05-16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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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슬럼프 비슷한 느낌이긴 해요.”

지난해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깨며 신인왕에 등극한 강백호(20·KT 위즈)에게 ‘2년차 징크스’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올 시즌 45경기에서 타율 0.307, 4홈런, 24타점으로 여전히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록을 자세히 뜯어보면 지난해에 비해 장타가 다소 줄었다. 지난해 45경기를 치른 시점에 그는 7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장타율은 0.503에 달했으나 올해는 아직 0.447에 머물고 있다. 공인구의 반발계수 조정에 따라 리그 전반적으로 장타가 줄어드는 추세를 그 역시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홈런은 없고 장타는 2루타 두 개뿐이다.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승리 후 만난 그는 “확실히 슬럼프 비슷한 느낌이다. 감이 안 좋긴 하다”고 자책했다.

비록 장타가 뜸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백호는 최근 10경기 타율 0.343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볼넷도 8개를 얻어 출루율은 0.467에 달한다. 10타석 이상 소화한 KT 선수들 중 1위이자 리그 전체 9위다. 스스로 감이 떨어졌다고 느꼈기에 장타 욕심을 줄이고 연결에 신경 쓴 것이다.

강백호에게 슬럼프는 낯설지 않다. 지난해 개막전 데뷔 타석 홈런을 때리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지만 4월부터 5월 19일까지 타율 0.222, 1홈런, 11타점에 그쳤다. 그럼에도 김진욱 당시 감독이 꾸준한 기회를 줬고, 결국 5월말을 기점으로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같은 슬럼프라기엔 타율이나 출루율이 천지차이다. 그는 “지난해 슬럼프를 호되게 경험했다. 안 좋을 때 관리를 잘해야 팀에 보탬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감이 좋을 때야 누구를 상대해도 자신 있게 휘두르지만 지금 같은 때는 팀을 위해 연결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급 신인이라지만 이제 막 프로 2년 차를 맞이한 만 20세 선수다. 한 경기를 제외하면 매번 3번 타순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내는 건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강철 감독도 “부담을 안 느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특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그러나 강백호는 “짐이 무겁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형들과 나눠서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팀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 더 무거운 짐이라도 들 준비가 돼있다”고 다짐했다.

야수 전체 막내임에도 책임감은 베테랑급이다. 이제 무거운 짐을 진 채로도 버티는 법까지 터득하고 있는 강백호다. 지난해 그랬듯이 한 번의 ‘모멘텀’으로 슬럼프를 훌훌 털어버린다면 그의 질주는 더욱 무서워질 기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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