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이끈 김기태 감독 자진사퇴

입력 2019-05-16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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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50)이 전격적으로 자진사퇴했다. 김 감독은 16일 광주 KT 위즈전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직접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팀을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대부분 프로야구 감독의 자진사퇴는 구단의 공식 발표를 통해 알려지지만 이날 김 감독은 야구팬들을 대신해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 앞에서 직접 사퇴를 알렸다. 말을 하던 도중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팬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다하며 물러나는 형식을 스스로 택한 셈이다.

특히 김 감독은 이날 KT전을 끝까지 덕아웃에서 지휘하기로 했다. 유례가 없던 일이다. 자신 사퇴했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15일 KT전에서 4-7로 역전패를 당한 뒤 이화원 구단 대표이사를 만나 사퇴의사를 전했고, 이 대표는 깊이 고심하다 16일 사의를 수용했다. 김 감독이 사석에서 “형님”으로 부르는 오랜 동지이자 멘토인 조계현 단장은 마침 외국인선수 영입 후보군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미국 출장 중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타 팀 선수들에까지 “형님”으로 불리며 끈끈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팀 성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리더십의 바탕에는 항상 자신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하고 물러날 때는 깔끔히 물러나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2012년 LG 트윈스에서 감독으로 데뷔했고 이듬해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4월 23일 시즌 초반 성적부진에 책임을 진다며 자진 사퇴했다.

이후 그는 선동열 감독이 물러난 KIA의 유력한 차기 사령탑 후보로 떠올랐다. 2015년 KIA 감독을 맡아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타이거즈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실패, 주축 전력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 속 팀이 최하위로 추락하자 깊은 고뇌의 모습을 보였다. 스승의 날이었던 15일 선수들이 감사 인사를 하자 “스승의 날이라서 더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KIA는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박흥식 퓨처스팀 감독이 대행으로 1군 선수단을 이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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