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수원 KT 위즈전 승리 후 모처럼 환히 웃고 있는 강민호.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강민호(34·삼성 라이온즈)는 걸음이 느린 편이다. 프로 16년차이지만 통산 도루는 23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016년을 끝으로 도루가 없다. 도루실패만 32차례에 달한다. 내야수들은 강민호 타석이면 후진 수비를 펼친다.
그런 강민호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장면이 17일 수원 KT 위즈전에 나왔다. 강민호는 6-2로 앞선 5회 무사 1루, 좌측 담장 때리는 2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이어진 무사 2루에서 이학주가 좌익수 뜬공을 때렸다. 비거리가 길지 않았지만 좌익수 김민혁이 포구하는 순간 강민호는 3루 태그업을 시도했다. 이를 예상치 못했던 김민혁이 급히 송구했지만 강민호의 발이 더 빨랐다. 이날 중계를 맡은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런 플레이는 가슴에서 나온다. 이렇게 유니폼을 더럽히고 싶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KBO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강민호의 3루 태그업은 무려 1139일 만이다. 종전 기록은 2016년 4월 3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이다. 이때는 2·3루 상황에서 3루주자의 홈 쇄도 때 함께 3루를 향한 것이었다. 타 주자의 도움 없이 3루 태그업을 한 것은 2014년 9월 6일 목동 넥센전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1714일 전의 일이다.
삼성 강민호.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강민호는 이날 5타수 4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한 경기 4안타는 시즌 처음이었다. 지난해 9월 15일 수원 KT 위즈전이 마지막 기록이었다. 이날 전까지 41경기에서 타율 0.209, OPS(출루율+장타율) 0.657로 부진하던 그가 모처럼 제 역할을 해낸 것이다.
경기 후 그는 “시즌 초 잠깐 좋고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너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 100경기 가까이 남았다. 오늘을 계기로 반등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3루 태그업에 대해 “어떻게든 1점이라도 더 내고 싶었다. 타격이 안 되면 수비에서, 주루에서라도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2점 줄 거 1점 주는 리드나, 한 베이스 더 가는 것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계약까지 마쳤고,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안방을 지키는 강민호다. 그는 “주위에서는 ‘FA도 두 번 했으니 편하게 하라’는 얘기를 한다.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절실하고 야구가 간절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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