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궁민이 KBS2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연기를 선사했다. 드라마 ‘김과장’ 이후로 다시 한 번 KBS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번에도 그의 작품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닥터 프리즈너’ 종영 이후 남궁민을 만났다.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주역이기에 들떠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남궁민은 조금 달랐다.
“막 좋고 그런 건 아니에요. 시청률 때문에 기분이 좋았을 때는 2회가 끝났을 때고요. 아무리 연기자들이 시청률 신경 안 쓰고 연기에만 매진하고 싶다고 해도 돈을 받고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닥터 프리즈너’ 마지막회는 ‘1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처음 ‘닥터 프리즈너’를 선택했을 때부터 이 같은 기록을 예상했을까.
“촬영하면서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 어떤 느낌의 드라마가 될까 했어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싶었죠. 근데 대본을 보고 괜찮고 좋다고 생각했어요. 7월에 대본을 받았는데 다른 드라마 제의도 꽤 있었지만 이 드라마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계속 기다렸어요.”
극 중 남궁민은 응급의학센터 에이스 의사에서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며 갑질을 응징하는 ‘을의 히어로’ 나이제 역으로 활약했다. 이렇듯 ‘닥터 프리즈너’는 일반 의학드라마와는 결이 달랐지만, 의사 역할을 준비함에 있어서 어려움도 있었을 터.
“과연 의사들이 수술 상황이나 환자를 대할 때 어떻게 대할까 생각해봤어요. 제가 몸이 안 좋은 곳이 있어서 3년 동안 거의 누워만 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연기도 쉬었고, 슬럼프가 왔었죠. 그때 정형외과 쪽으로 친분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서도 ‘메스’라는 대사를 할 때 그 말을 너무 강조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그런 것들을 많이 신경 썼는데, 8회가 넘어가고 부터는 정신이 없어서 신경 쓰지 못했죠.”
그러면서 남궁민은 한국의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뽑아보자고 노력했다. 마음 같아서는 시간이 많으면 다시 상황을 만들고 해서 다시 찍고 싶지만, 지금 드라마 현실이 좋아졌다고 해도 그렇게 되기 힘들다. 사전제작의 경우에도 다 수정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촬영하는 일수가 다 돈이니까, 이런 제작 환경은 개선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어떤 캐릭터로 노출이 되면 그쪽으로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요즘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은, 망해도 누구의 탓을 하면 안 되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거죠. 대본을 봤을 때도 사람들이 이게 좋은 것 같다고 권유를 해도, 본인 스스로가 책임지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그런 걸 더 뼈저리게 느꼈고요. 제가 몰입해서 새로운 남궁민이 아닌, 새로운 극중 이름을 계속 되뇌며 캐릭터를 연구하고 대본을 연구하는 게 올해 최종 목표예요.”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남궁민이 연기한 나이제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강렬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주연으로서 더욱 돋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사실 그런 자극이나 욕심은, 제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더 뛰어나고 싶고, 더 강렬해지고 싶고, 더 돋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저는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요즘에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걸 토대로 정확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도 연기적 욕심은 많이 났지만, 그런 면에 있어서 스스로 욕심을 조금 덜 부릴 수 있었어요.”
이번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았고, 최근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즌2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즌2를) 한다면 저도 좋죠. 근데 여러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정말 다시 하려면 많이 상의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시즌2의 스토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 지요. 모든 드라마의 시작은 대본인데, 우리가 시즌1에서 좋았다고 시즌2가 대본이 안 좋은데 무조건 하겠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죠. 긍정적이지만, 대본이 나오고 서로 합의하고 그게 종하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의향이 있어요.”
남궁민은 ‘나 혼자 산다’ ‘아는 형님’까지 ‘닥터 프리즈너’ 이후로 많은 예능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아 출연을 확정지었다. 그가 예능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는 부분.
“예능 쪽으로 탁월하게 못하는 감각을 갖고 있어요. 특히 토크쇼는 너무 긴장되고 잘 안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안 되겠지만 드라마를 하면서 홍보를 안 하는 배우는 좀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열심히 해보려고요. 꼭 해야 하는 건 할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