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 봉준호, 한국영화 100년 새 역사 열다

입력 2019-05-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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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기생충’,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 ‘황금종려상’…한국영화 사상 첫 수상

심사위원 9명 만장일치…경쟁작 20편 제쳐
심사위원장 “빈부양극화 유머러스하게 담아”
봉 감독 “함께해준 위대한 배우들에게 감사”
문재인 대통령 “꿈 이룬 봉 감독 자랑스럽다”


1919년 ‘의리적 구토’ 이후 100년, 한국영화가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면서다.

봉 감독과 주연 송강호는 이날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안았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면서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스태프와 함께해준 위대한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들께 영광을 바치겠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기생충’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등 경쟁부문 심사위원 9명의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켄 로치의 ‘쏘리 위 미스드 유’,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등 거장들의 신작 20편과 경연했다. 가난한 집안과 부잣집 가족 이야기를 통해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그려 극찬을 받아왔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이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 지구적 삶과 연관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그렸다”고 평가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버드맨’과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감독상 등을 수상한 이냐리투 감독이 심사위원장인 점이 주효했다”며 “그처럼 봉 감독도 개인의 드라마로 사회적 공기를 불러일으킨다”고 짚었다.

‘기생충’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 이후 9년 만의 칸 국제영화제 본상 수상 성과다. 2013년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한국영화가 세계 최고 권위 무대에서 다시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또 지난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아시아영화가 2년 연속 최고 영예를 안았다.

영화계는 이를 100년의 한국영화가 이제 새로운 길에 들어섰음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 역사에는 위대한 감독들이 있다”면서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매우 영예로운 일”이라면서 “국민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리며 열두살 시절부터 꾼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며 봉 감독의 수상을 축하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날 봉 감독과 통화해 축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티크’, 남녀주연상은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리틀 조’의 에밀리 비샴, 감독상은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 황금종려상

칸 국제영화제가 경쟁부문 초청작 가운데 최고 작품과 그 감독에게 주는 상.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상징인 아열대식물 종려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트로피에 새겨진 로고의 잎사귀 형상도 종려나무를 본뜬 것이다. 1975년 칸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기존의 그랑프리를 개칭해 수여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황금곰상), 이탈리아 베니스(황금사자상) 국제영화제도 칸처럼 별도의 최고상 명칭을 쓰고 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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