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절실한 기회와 경험

입력 2019-05-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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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인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의 시즌 7차전. 3-0으로 앞서던 한화는 3회초에 이어 4회초에도 2사 만루의 추가득점 기회를 잡았다. 두산 선발 이용찬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해 강판 직전까지 몰고 간 한화가 딱 한 방이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 찬스에서 6번타자 김인환은 투수 앞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이용찬이 주무기인 포크볼을 앞세워 위기를 벗어났다.

김인환은 하루 전 퓨처스리그에서 콜업된 우투좌타의 내야수다. 3회 2번째 타석에서 포크볼만 4개를 연달아 던진 이용찬에게 이미 삼진을 당한 바 있는 그는 4회 3번째 타석에서도 포크볼에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초구와 2구 포크볼에 연속으로 헛스윙을 한 데 이어 3구째 또 한번의 포크볼에 맥없이 방망이를 냈다가 범타로 물러났다. KBO리그 정상급인 이용찬의 변화무쌍한 포크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큰 위기를 무사히 넘긴 두산은 4회말 반격에서 2점을 뽑아 분위기를 되돌린 끝에 7-4 역전승을 거뒀다.

김인환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육성선수로 한화에 지명된 뒤 지난해 정식 입단 절차를 마친 대졸 선수다. 24일 올 시즌 처음 1군으로 승격되기 전까지 퓨처스리그 30경기에선 타율 0.336, 장타율 0.500, 4홈런, 27타점을 올렸다. 1군과 2군의 격차가 상당하지만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로 평가할 만한 성적이다. 부드러운 스윙과 콘택트 능력을 갖추고 있어 분명 성장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기회와 경험이다. 김인환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2군에선 좀처럼 구경하기도 힘든 1군 투수들의 수준 높은 공을 많이 쳐봐야 대응력과 실력이 향상될 텐데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용찬의 마구 같은 포크볼은 물론이고 두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시속 150㎞가 넘는 레이저빔 같은 직구도 2군 타자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공’일 뿐이다. 면역력을 높일 기회와 경험이 그들에게는 애초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SK 와이번스는 홈경기 때면 늘 ‘메이저 투어’라는 명칭으로 퓨처스리그 선수 2명을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호출해 1군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직접 지도한다. 염경엽 SK 감독은 “해당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 차원이고, 1군과 2군의 통일된 지도를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2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체크하고, 보충할 것을 추가해준다”고도 덧붙였다. ▲ 중점육성선수 ▲ 미래육성선수 ▲ 운영선수 등 3단계로 퓨처스리그 선수들을 세분화해 구단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점검·육성·지원하는 운영체제도 갖추고 있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오늘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일의 희망뿐이다. 그들이 꿈을 잃지 않고 ‘퓨처(future)’를 그리려면 기회와 경험 또한 적절히 주어져야 한다. 긴 어둠의 터널 끝에서 희미하게나마 한줄기 빛이 보일 때 비로소 안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날 7회초 2사후 이형범에게서 중견수 쪽으로 자신의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한 김인환에게도 희망의 빛이 아로새겨졌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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