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 같은 데뷔, 직구 같은 첫 승…중고신인 차명진의 어느 봄날

입력 2019-05-30 2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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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차명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타이거즈 차명진(24)이 감격의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1군 4경기, 선발로는 2경기 만에 거둔 승리다. 곡절 많은 데뷔 과정을 겪은 중고신인이 동료들의 도움 속에 5월의 봄밤을 밝은 빛으로 물들였다.

차명진은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했다. 결과는 5이닝 2안타 3사사구 5삼진 1실점. 팀 타선은 1회 1점에 이어 2회 2점을 먼저 뽑아주고, 불펜은 4이닝 1실점으로 버티며 차명진의 첫 승을 거들었다. KIA의 3-2 승리. 총 투구수 71개 중 직구가 46개였다. 최고 시속 145㎞의 직구 위주로 힘 있는 피칭을 거듭했다.

차명진의 데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효천고를 졸업한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의 1차지명을 받았다. 계약금 2억5000만 원의 기대주였다. 그러나 입단 직후 수술대에 올랐다. 오른쪽 팔꿈치에 탈이 났다. 인대접합과 뼛조각제거 수술을 함께 받았다. 재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년여를 온전히 재활에 바친 뒤 회복기를 이용해 군복무를 마쳤다. 2015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공익근무요원으로 생활했다. 그 직후 KIA 선수단에 합류했지만, 신분은 육성선수에 불과했다. 언제 야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형편으로 내몰렸다. 재기가 불투명한, 리스크를 안은 선수라 구단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로부터 또 1년이 흘러 지난해 8월 퓨처스리그(2군)에서 데뷔했고, 이달 16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꿈에 그리던 정식계약을 얻었다.

1군 데뷔까지 이처럼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차명진은 불펜으로 2경기에 먼저 등판한 뒤 24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선발로 변신했다. 임기영을 비롯해 부상과 부진으로 전열을 이탈한 기존 선발진의 빈자리를 메우는 임시직이었다. 4.1이닝 6안타 3실점. 만족스럽진 않아도, 추가 테스트를 기대해볼 만했다. 그리고 2번째 선발등판에서 곧장 승리에 도달했다. 고진감래, 난관을 이겨낸 뒤의 열매라 더욱 달콤한 차명진의 첫 승이다.

대전|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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