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기자의 여기는 런던①] 6만 아미들 ‘아미봉’ 흔들며 한국어 떼창

입력 2019-06-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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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무대 ‘웸블리 스타디움’에 우뚝 선 방탄소년단

34년 전 퀸처럼 팬들과 함께 “A-YO!”
유튜브 4억 조회 노래와 불꽃·물대포
웸블리 2회 공연에 12만명 팬들 운집
성공적 런던 공연에 “세계 팝 새 역사”
“21세기 비틀스? 우린 그냥 BTS일뿐”


“A-YO(에요)∼.” “에요∼.”

그룹 방탄소년단이 한국가수 최초로 웸블리 스타디움을 무대 삼아 영국 런던의 상징적 심장부를 저격하며 포효했다. 6만여 ‘아미’(Army·방탄소년단의 팬)는 ‘떼창’으로 화답했다.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의 시작이었다. 방탄소년단이 1985년 7월 이곳에서 펼쳐진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에서 그룹 퀸이 선사한 명장면을 34년 후인 2일(이하 한국시간) 재연하며 150분에 걸친 단독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SPEAK YOURSELF)’의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이들의 공연은 1964년 비틀스가 미국 CBS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 이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으로 불린, 세계 팝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장면에 비유됐다. 웸블리 스타디움이 바로 그 근거지로서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은 이날과 3일 이틀 동안 총 12만 관객을 동원하며 ‘코리안 인베이전’을 선포했다. 이들은 “웸블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면서도 “사실 믿기지 않아 잠을 설쳤다”지만 무대 위에서 파워를 과시하며 자신들이 왜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 2일과 3일, 12만 아미와 함께 ‘떼창’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미국과 브라질에서 42만 명을 동원한 투어 직후 유럽 무대의 관문을 여기서 열었다. 총 9만 좌석 가운데 아티스트 및 관객의 안전과 시야 제한석 등을 고려해 회당 6만 석으로 축소됐지만, 세계적인 팝스타들만 오른다는 무대에 비영어권 가수로서 2일과 3일 2회 공연을 펼치는 ‘글로벌 스타’의 위상을 드러냈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 신전을 옮겨온 듯한 세트를 배경으로 ‘디오니소스’를 부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낫투데이’, ‘아이돌’, ‘페이크 러브’ 등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4억 건을 돌파한 노래들과 강렬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곡 위주로 공연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대형 야외공연장의 특성을 살리며 기존 월드투어와는 다르게 ‘페스티벌 콘셉트’를 내세웠다. “아미들과 다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어서”다. 맏형인 진은 지난해 9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언급하며 “영화를 봤는데 이곳까지 와서 외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면서 34년 전 주인공인 프레드 머큐리가 목 푸는 장면을 재연했다.

멤버 가운데 가장 운동신경이 좋고 스릴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막내 정국은 허리와 한 손에 와이어를 감은 채 피터 팬처럼 공연장 곳곳을 날아다녔다. 이들은 지루할 틈을 단 1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불꽃과 물 대포 등을 쐈다.


현지시간 기준 1일 오후 7시30분에 시작된 공연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형형색색 변하는 아미봉(방탄소년단의 공식 응원도구)은 밤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빛났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은 한 목소리로 ‘떼창’했다.

방탄소년단은 축제를 즐겼고, 아미들도 마찬가지였다. 리더 RM은 “빌보드 차트 1위 당시 놀란 건 우리가 영국UK차트에도 올랐던 것”이라면서 “여러분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대단한 가수들을 만들어냈다. 여러분은 우리가 계속해서 이 일을 해도 된다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앙코르곡 이후에도 무대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 만나자”는 인사에도 팬들은 아쉬운 듯 자리를 뜨지 못하며 연신 아미봉을 흔들어댔다. 방탄소년단은 “힘들 때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봐요”라는 메시지로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슈가와 정국은 “런던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 오늘을 절대 잊지 않겠다. 여러분도 잊지 말아 달라”며 상기됐다.


● “21세기 비틀스? 큰 영광…하지만 우리는 그냥 BTS”

방탄소년단은 공연 1시간 전 40개 한국 매체 및 BBC와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 100여 명의 취재진을 대상으로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미 CBS ‘더 레이트 쇼 위드 시티븐 콜베어’에서 비틀스를 오마주한 의상으로 ‘헤이 주드’를 부르며 ‘21세기 비틀스’로 불리기 시작한 이들은 이 자리에도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정장 차림이었다. 이들은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잇단 도전으로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라 비틀스와 자주 비견되고 있다.

슈가는 “그런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쑥스러워하며 “우리는 ‘21세기 BTS’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우리의 음악과 무대, 콘서트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RM도 “우연찮게 비틀스의 영어 약자인 ‘BTS’와 같은 것뿐인데 그런 찬사를 받아 과분하다“면서 ”더욱 겸손해지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한다“고 다짐했다.

이들이 다시 나선 3일에도 6만여 관객이 전날처럼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이날 런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이들은 곧장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7일과 8일 8만 석 규모의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런던(영국)|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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