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라 자신감!” 루틴이 만드는 부적의 시각화

입력 2019-06-05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는 타격 동작을 취하기 전 배트 끝을 지그시 바라본다.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이다. 스포츠동아DB

자신감만한 부적은 없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부분이지만 이를 시각화하는 선수들도 있다.

KBO리그의 괴물타자로 거듭나고 있는 강백호(20·KT 위즈)는 경기 개시 직전 그라운드로 나가 외야쪽에 할머니와 부모님,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적는다. 끔찍이 아끼던 손자의 프로 데뷔를 눈앞에 뒀던 지난해 2월 별세한 할머니는 강백호에게 각별한 의미다. 강백호는 “스프링캠프 기간이라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좋은 곳에 가신 할머니가 우리 가족 잘 지켜봐달라고 매일 기도한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박세혁은 주전으로 도약한 올해부터 홈 플레이트 앞쪽에 ‘자신, 믿음’을 적는다. 사진출처|SPOTV 중계 화면 캡처


올해부터 주전 포수로 도약한 박세혁(30·두산 베어스)은 홈플레이트 앞쪽에 ‘자신, 믿음’을 매일 적는다. 기분 좋은 습관, 즉 루틴이 생긴 것이다. 박세혁은 “내 자신을 믿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그라운드에 적는 네 글자가 부적인 셈이다.

국내 스포츠심리학의 대가로 꼽히는 한덕현 중앙대 스포츠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감 등 심리적인 요소는 퍼포먼스의 차이를 만든다”며 “헬멧이나 모자에 뭔가를 적어두거나, 강백호나 박세혁처럼 그라운드에 뭔가를 적는 것은 일종의 루틴이다. 심리적인 지지대역할을 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한 박사는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의 예를 들었다. 박병호는 타석에 들어서면 배트로 바닥을 한 번 쓴 뒤 배트 끝을 지그시 바라본다. 배트에 새겨진 제조사 이름을 바라보는 것으로, 순식간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한 박사는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대표적인 루틴이다. 사소해보이는 그 동작 하나가 심리적으로 든든함을 안겨준다. 방법과 종류는 다양하지만 루틴의 힘만큼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