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에이스’ 이강인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입력 2019-06-09 1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을 앞두고 정정용 감독은 ‘어게인 1983’을 얘기했다.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을 통해 한국이 사상 최초로 오른 4강에 다시 한번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게 한국대표팀의 목표였다.

그런데 대표팀 막내 이강인(18·발렌시아)은 한발 더 나아갔다. ‘우승’을 꺼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정상급 클럽으로 꼽히는 발렌시아에서 뛰는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의 생각과 각오를 전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대회가 열리는 폴란드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면서 끝까지 가고 싶다”고 했다. 그게 막내의 목표였다.

한국은 9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 비아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 세네갈과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무려 36년 만에 다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정 감독의 바람대로 ‘어게인 1983’은 이뤄졌다. 이제 남은 건 이강인이 공약한 우승이다.

이날 오세훈(아산)과 전세진(수원)의 투 톱을 돕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강인은 연장 전반 막판까지 뛰며 1골2도움을 기록했다. 한국이 만든 3골 모두에 관여하는 활약이었다. 특히 왼발이 돋보였다.

이강인은 0-1로 뒤진 후반 15분 페널티킥을 왼발로 성공시키며 대회 첫 득점을 기록했다. 후반 추가시간 8분에는 왼발 코너킥으로 이지솔의 헤딩골을 도왔다. 연장 전반엔 상대 문전으로 뛰어드는 조영욱(서울)을 보고 정확한 왼발 침투 패스로 한국의 3번째 골을 도왔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의 플레이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수준이 달랐다. 한 번 잡은 볼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뺏기지 않았다.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기어코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해 공격을 이어갔다. 상대 문전에 동료가 보이면 지체 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그리고 그 볼은 정확하게 동료의 머리나 발아래 떨어졌다. 세트피스는 전담이었다. 이강인의 명품 왼발은 어느새 한국축구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체력이 바닥나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영리했다. 상대의 공격이 이어질 것 같으면 바로 쓰러져 주심의 휘슬을 유도했다. 이는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으려는 작전이었다. 두 살 많은 형들 사이에서도 그가 ‘막내 형’으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노련함 때문이다. 그는 ‘기선제압’을 위해 경기 전 애국가를 가장 큰 소리로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승부욕도 강하다.

2001년생 이강인은 더 이상 10여년 전 ‘날아라 슛돌이’의 주인공이 아니다. 이젠 U-20대표팀의 어엿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없는 U-20대표팀은 상상조차 힘들다. 특히 긍정적인 것은 이강인의 플레이가 갈수록 무르익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럽에서 뛰면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워크가 단단해지고 있다. 이는 서로를 잘 알아간다는 신호다. 이강인은 “내가 잘할 수 있던 건 형들이 옆에서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겸손해했지만, 동료들 역시 이강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12일 오전 3시 30분 루블린에서 에콰도르와 결승행을 다툰다. 한국은 지난달 18일 폴란드 그니에비노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그때 결승골의 주인공이 이강인이다.

탁월한 개인기와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이강인은 “한국축구의 역사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우승까지 단 2경기 남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