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풀리는 걸까, 풀지 않는 걸까…벤투호, ‘캡틴’ 손흥민 딜레마

입력 2019-06-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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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가운데). 스포츠동아DB

풀지 못하는 걸까, 풀 수 없는 것일까. 잠시도 쉴 틈 없는 대한민국 축구 에이스를 둘러싼 의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은 7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15년 만에 부산에서 펼쳐진 A매치 현장에는 5만2213명이 찾아와 ‘축구의 봄’이 계속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 평가전부터 이어진 A매치 7회 연속 매진이다.

대표팀은 후반 31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결승골로 1-0 승리했으나 내용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전반전에 한 차례 슛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졸전에 가까웠다. 다행히 후반 교체 투입된 황의조가 골 맛을 봤으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더욱이 대표팀은 훈련캠프에 합류한지 사흘 밖에 되지 않은 손흥민에게 90분을 뛰도록 해 ‘혹사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졌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은 9월 시작할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오늘 경기(호주전)와 이란전(11일·서울월드컵경기장)은 마지막 실전기회다. 중요한 시기에 손흥민의 출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으나 많은 질타는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손흥민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유독 긴 2018~2019시즌을 소화한 탓에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2017~2018시즌을 마치자마자 2018러시아월드컵에 나섰고, 새 시즌이 시작한 뒤에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출격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파이널까지 진출,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리버풀과 우승 트로피를 다퉜다. 체력이 떨어졌고, 장거리 이동과 시차 적응까지 겹쳤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출전) 상황이 부담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출전을 강행했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6월 A매치 시리즈에 참여할 태극전사들을 공개하며 “최고의 선수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건 모든 감독들의 당연한 욕심”이라고 벤투 감독은 밝힌 바 있다.

물론 선수 차출과 출전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90분을 뛰게 해야 했을지 아쉬움이 있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에서 3장의 교체카드만 썼다. 평가전은 6명까지 교체가 가능하다. 그라운드에 넘어진 채 얼굴을 들이밀며 돌파를 차단하려던 호주 수비수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손흥민의 존재감은 확실했지만 “얼마간 회복의 시간은 필요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또 시점이 시점인 만큼 다른 선수들의 테스트도 필요하다. 손흥민의 공백에 대한 사전 고민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선수는 아무리 피로해도 코칭스태프에 “뛰기 어렵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지시가 있으면 따라야 한다. 태극마크에 깊은 애정을 가진 손흥민은 더욱 그렇다. 다가올 이란전은 최근의 열세와 라이벌 의식을 고려하면 보다 치열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정상 컨디션’의 손흥민을 기대하는 건 어려워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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