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슛돌이’ PD “어린이 이강인, 과묵했지만 실력만큼은 독보적”

입력 2019-06-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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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날아라 슛돌이’ 정형환 PD가 추억하는 12년 전 이강인

골포스트 맞히기 대결서 유상철 거뜬히 제쳐
드리블·패스·슈팅 1등…성인선수들도 감탄
지금처럼 말 잘하지 않아…과묵한 꼬마였죠
누나들 손 잡고 태권도장 가던 모습 선하네요


“과묵했지만 실력만큼은 독보적이던 소년이었다.”

2019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고 골든볼(최우수선수)까지 거머쥐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힌 이강인(18·발렌시아)의 12년 전 모습이다. 2007년 방송한 케이블채널 KBS N 스포츠 ‘날아라 슛돌이’의 연출자 정형환 PD(현 콘텐츠월드 대표)는 당시 출연자였던 소년 이강인을 이렇게 기억했다.

정형환 대표는 18일 스포츠동아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이강인은 당시 500여 명의 출연 신청자 가운데서 단연 눈에 띄었다”며 “최종 선정된 7명 중에서도 드리블, 패스, 슈팅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미 차원이 다른, 비교대상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12년이라는 “너무 긴 세월이 흘러”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이강인에 대해서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 대표에게 이강인은 “축구를 좋아하고, 또 정말 잘하는 어린이”로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며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실력이 뛰어난 4명, 방송프로그램의 특성상 캐릭터로서 흥미를 안겨줄 수 있을 거라 판단한 3명의 어린이 등 모두 7명으로 출연진을 구성했다”는 정 대표는 “이강인은 실력으로 뽑힌 어린이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출연자 선발 심사에 나선 선수 출신들도 이강인을 보고 ‘무조건 1등이다’고 말했다”면서 “감독 역을 맡았던 유상철(현 인천 유나이티드FC 감독) 선수와 크로스바 맞추기 대결을 벌여 이길 만큼 감각이 뛰어났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날아라 슛돌이’ 1차 오디션에서 이강인은 ‘수석’으로 합격해 방송에 출연했다.

2007년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할 당시 이강인의 모습. 사진출처|KBS N 스포츠 ‘날아라 슛돌이’ 방송 화면 캡처


정 대표는 이강인의 타고난 성격에 대해서도 술회했다. 그는 이강인이 “승부욕이 강해 경기에서 지면 씩씩거리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말썽꾸러기도 아니었다”면서 “축구가 끝나면 누나와 태권도를 하러 가는, 정말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밝혔다. 16일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한 뒤 오히려 선배들을 위로하며 환하게 웃은 ‘막내’ 이강인의 밝은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이강인은 대회 도중 또 준우승의 쾌거를 안은 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원팀’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겸손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어릴 때에는 말수가 별로 없고 의외로 조용조용했다”며 “냉정하게 말해 과묵할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당시 이가 빠졌던 모습을 빼고는 지금 얼굴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이강인을 바라보며 정 대표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둘걸 그랬다. ‘이런 사람’과 한 프로그램에서 만났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또 영광스럽다”며 웃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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