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해피존] 타격훈련하는 타격코치 이호준

입력 2019-06-20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NC 이호준 타격 코치. 스포츠동아DB

운이 좋은 날이면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워밍업이 시작되기 전 매우 특별한 타자의 타격 훈련을 볼 수 있다. 187㎝의 거구지만 군더더기 없는 날렵한 몸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윙과 경쾌한 파열음. 타구는 대부분 펜스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공은 교과서적인 타격 이론대로 우중간을 향한다. 주인공은 NC 다이노스 이호준 타격 코치(43)다.

이 코치는 주 1, 2회 직접 그라운드에서 배팅 훈련을 한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보조요원이 던지는 공을 배팅 게이지 안에서 친다.

타격코치가 직접 배팅 게이지에서 공을 치는 모습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나이가 지긋한 베테랑 코치들은 신체적 능력이 절정에 올라 있는 현역 선수들 앞에서 직접 공을 때리는 모습을 민망해한다. 이 코치가 은퇴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아직 40대 초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선수 때 통산 337홈런을 친 타자다. 그래서 더 선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직접 공을 때리기 어려울 수 있다. 리그에는 더 젊은 타격 코치도 있다. 그러나 1군 지도자 중 이 코치가 유일하게 시즌 중 타석에서 직접 공을 친다.

반발력을 낮춘 KBO의 새 공인구는 홈런 숫자 감소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자의 타격, 투수의 피칭, 포수의 리드, 감독의 선수기용과 작전까지 지난해와 다르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타자들의 평균적인 비거리와 타구 속도가 크게 감소하면서 시작됐다. 야구는 끝임 없이 진화해왔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빨리 해결책을 찾고 먼저 적응하는 팀이 언제나 웃었다. 타고투저 시대에 발사각도 혁명에 맞춰 타격 폼을 수정한 뒤 20개 안팎의 홈런을 때려내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올 시즌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타격코치들은 해결책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많은 타격 이론가들의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다운 스윙이 유리해 졌다’, ‘타격 포인트를 더 앞에 둬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도 나온다.

이 코치는 실제 새 공을 수 없이 많이 때려 보고 그 변화를 선수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 코치에게 물었다. ‘새 공인구는 타자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나?’ 곧장 이런 답이 돌아왔다. “올해 개막 이후 매주 1,2회 정도 직접 쳐보고 있다. ‘스윗 스팟’에 정확하게 맞았는데 펜스 앞에 떨어지더라.”

직접 변화를 몸으로 느끼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답변이다. NC는 주축 타자들의 연이은 부상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경기 중 NC 덕아웃을 바라보면 젊은 타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하고 이 코치를 바라본다. 수 싸움의 달인으로 불렸던 이 코치는 볼 배합과 코스까지 내공을 담은 힌트를 준다. NC 타자들에게는 직접 타격훈련을 하는 코치의 존재가 큰 행운이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란 말은 지도자가 된 지금도 유효하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 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

이경호 스포츠부 차장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