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느새 수호신’ 두산 이형범 “덕주의 마음 알 것 같다, 정말 대단해”

입력 2019-06-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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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이형범이 19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이형범(25)은 2019시즌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다. 애초에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125억 원에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 신분이었지만, 롱릴리프와 필승계투조를 거쳐 어느새 팀의 뒷문까지 책임지게 됐다. 이달 초 기존 마무리투수 함덕주의 부진과 맞물려 이뤄진 보직 변경이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이형범은 19일까지 고효준(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10개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40경기에 등판해 5승1패7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1.83(34.1이닝 7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마무리로 변신해 데뷔 첫 세이브를 따낸 지난 2일 KT 위즈전부터 19일까지 9경기(9.2이닝)에선 7세이브를 따내며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형범이 마무리로 고정된 뒤 함덕주가 셋업맨 위치에서 살아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19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마주앉은 이형범은 함덕주를 언급하며 “얼마나 힘든 상황을 지켜냈는지 깨달았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 마무리투수의 무게감을 느껴보니 어떤가.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없진 않다. 관중이 많거나 점수차가 1~2점이라면 압박은 두 배다. (함)덕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덕주가 얼마나 힘든 상황을 지켜냈는지 깨달았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 7~8회를 책임질 때와 비교해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다면.

“덕주가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한 타자씩 막아내다 보면 편안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무조건 내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에 따른 압박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 첫 세이브 순간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세이브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막상 달성하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더라. (박)세혁이 형이 축하해줄 때는 ‘내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 보직 변경에 따라 투구 스타일이 바뀐 부분도 있나.

“한 가지 있다. 김원형 투수코치님께서 ‘슬라이더의 각이 좀 더 커지면 좋겠다’고 하셔서 많이 연습했다.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단번에 이해했고 실전에서도 통하더라. 기록을 보면 슬라이더의 헛스윙 비율도 상승했다. 그립을 바꾼 것은 아니고 코치님의 원포인트 레슨에 따라 손가락을 좀 더 강하게 누르면서 던지다 보니 쉽게 이해가 되더라.”


- 투심에 대해선 확실히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나는 투심 그립을 잡고 던지는데, 궤적을 보면 포심 회전으로 시작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휜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범타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덕분에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게 됐다.”


- 평균자책점을 1점대로 끌어내렸다.

“크게 신경 쓰진 않지만, 어느 순간 평균자책점이 많이 좋아졌더라. 마무리로 나가면서 결과가 좋은 쪽으로만 나오니 ‘못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 최근 10경기에서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마무리투수의 성적은 팀 승리와 연결된다. 1승이 중요하다.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면 그만큼 팀에 폐를 끼치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더 집중한다. 피하지 않고 타자와 승부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게 맞다. 볼넷보다는 안타를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볼넷으로 경기가 길어지면 야수들에게도 좋지 않다.”

- 목표를 상향조정하진 않았나.

“처음에 5승을 거두고 나서 ‘10승을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승리가 없다.(웃음)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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