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머치 체인지업” 고교야구 바라보는 스카우트들의 우려

입력 2019-06-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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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고야구대회’ 원주고등학교와 경북고등학교의 1회전 경기가 열렸다. 경북고교 선발투수 신우현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체인지업이 거의 대부분이네.”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스포츠동아·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1회전이 열린 18일 서울 목동구장. 경기를 지켜보던 KBO리그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이같이 말했다. 한창 구위 향상에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 체인지업에만 지나치게 열중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또 다른 팀 스카우트도 “어린 선수들이 너무 체인지업에 집착하는 것 같다.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으면 힘든 것일까”라고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체인지업이 마치 유행처럼 번진 이유부터 들어봤다. 지방 팀 스카우트 한명은 “서클체인지업이 주무기인 류현진(32·LA 다저스)의 순항이 가장 크다”며 “양현종(KIA 타이거즈), 유희관(두산 베어스), 이재학(NC 다이노스), 정우람(한화 이글스) 등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들이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체인지업은 포심 패스트볼(포심)과 구속 차이를 두고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구종이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같은 투구 동작을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체인지업이 결정구인 KT 위즈 정성곤도 “팔 스윙에 차이가 느껴지면 여지없이 맞더라”고 돌아봤다. 한마디로 모든 구종의 기본으로 통하는 포심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 체인지업을 연마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프로 선수 출신 스카우트들이 미래의 자원들에게 뼈 있는 조언을 건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인지업은 공을 밀어 던지는 성격이 강한 구종이다. 여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공을 채는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가 늦어진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다른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좋은 메커니즘을 가진 투수도 고교 시절부터 체인지업에 집착하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구속 향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스카우트는 “체인지업은 포심이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 타이밍을 뺏는 구종으로 활용한다”며 “공을 채는 게 아닌 밀어서 던지는 매커니즘이다 보니 체인지업에 집착하다 보면 구속이 오르지 않는다. 일단 공을 제대로 채는 훈련이 선행되고 나서 체인지업을 배우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중계방송사인 IB스포츠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는 체인지업을 연마하는 것은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체인지업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커니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도록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만큼 준비과정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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