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유희관이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018시즌 평균자책점 6.70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유희관(33·두산 베어스)의 부활을 위한 키워드는 단순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조차 없었다. 유희관은 공이 빠르지 않지만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을 앞세워 승부를 펼치는 투수다. 구위의 문제가 아니라면 강속구 투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위험요소가 적은 편이다. 로케이션의 변화를 통해 살아날 여지가 충분했다. 겨우내 체중을 9㎏이나 줄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몸이 가벼워지니 팔이 넘어오는 속도가 빨라졌고, 공을 채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다. 시범경기 당시 포심패스트볼(포심)의 회전수와 변화구의 각도는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스스로도 “2018시즌에는 전체적으로 공이 높았다. 내게 로케이션은 특이 중요하다”며 “가장 좋았을 때 체중을 찾았다”고 반겼다.
정규시즌에도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6이닝 4안타 3볼넷 2삼진 1실점의 호투로 4-1 승리를 이끈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변함없는 안정감을 뽐냈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0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포함해 5승6패, 평균자책점 3.00(102이닝 34자책점)으로 수준급이다. 리그 평균자책점 순위도 전체 7위, 토종 투수로만 따지면 김광현(SK 와이번스·2.73)에 이어 2위다. ‘빠르지 않은 공의 한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본인만의 생존비결을 찾은 결과다.
키움전에서는 최고구속 131㎞의 포심과 싱커(26개), 슬라이더(23개), 커브(20개) 등 4개 구종의 황금분할이 돋보였다. 특히 김규민과 임병욱 등 키움 좌타자들을 상대로는 슬라이더를 적극 구사했다. 특히 이날 전까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무려 0.379에 달했는데, 기존의 싱커 대신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활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송성문과 임병욱에게 안타 하나씩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좌타자와 11차례 승부한 결과는 10타수2안타(1볼넷)로 성공적이었다. 1회 3점홈런(10호)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입을 맞춘 오재일, 호수비와 과감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투혼을 발휘한 박세혁 등 동료들도 유희관을 아낌없이 도왔다. 2위 자리를 위협받던 두산은 1패 뒤 2승으로 순위 경쟁상대인 키움과의 주중 3연정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5선발 경쟁을 하던 유희관이 선발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팀의 운명이 걸린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위태로웠던 팀의 2위 자리도 지켜냈다. “반드시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큰 유희관의 2019시즌이다. 유희관은 “2위를 지켜야 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최대한 긴 이닝을 책임지려 했고, (오)재일이가 1회 홈런을 쳐준 덕분에 큰 힘이 됐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득점해준 (박)건우에게도 고맙다”고 밝혔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유희관이 2경기 연속 안정적인 투구를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