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 속 유해진.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유해진의 특별한 행보가 눈길을 붙잡는다. 배우의 영화 선택이 늘 ‘전략’에 따르는 건 아니지만 근현대사의 중요한 기점을 다룬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걸출한 실존인물보다 기록되지 않은 소시민 역도 이어진다.
유해진이 8월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제작 빅스톤픽쳐스)를 통해 다시 관객을 찾는다. 1920년 만주에서 벌어진 독립군 첫 승리의 역사를 기록한 영화다. 올해 1월 1940년대 우리말 사전 편찬 이야기를 담은 ‘말모이’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역사 속으로 향한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신문을 비롯해 당대 사료를 통해 실제 전투를 최대한 고증한다. 당시 독립군 대부분이 평범한 촌민이었다는 점에서 제작진은 홍범도 장군으로 상징되는 봉오동 전투에서 한 발 물러나 ‘평범한 이들이 일군 승리의 서사’에 주목한다.
제작진의 의도를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유해진이 맡은 독립군 황해철이다. 민첩한 몸놀림과 대범한 성격으로 독립군을 이끄는 인물이다. “앞서 ‘말모이’ 작업을 하면서도 ‘우리’를 지키기 위한 많은 분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번에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는 그는 “기록에 이름조차 남지 않은 분들의 존재를 깨닫고 느끼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유해진은 2017년 8월 영화 ‘택시운전사’와 같은 해 12월 ‘1987’로 현대사의 상징적 사건을 그렸다. 1980년 5월 광주를 담은 ‘택시운전사’에서는 민주화운동의 한 복판에 뛰어든 평범한 택시기사로, ‘1987’에서는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교도관으로 활약했다.
유해진은 당대 가상의 캐릭터 혹은 실존모델에서 모티프를 얻어 착안한 인물로 활발히 변주했다. 소탈한 본연의 매력까지 더해 역사를 다룬 영화에서도 소시민의 모습으로 관객에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적지 않은 흥행 성과도 거뒀다. 송강호와 합작으로 1200만 명을 모은 ‘택시운전사’부터 723만 관객이 관람한 ‘1987’을 통해 대중적 신뢰를 증명했다. 덕분에 여름 빅시즌에 출격하는 순제작비 155억원의 대작 ‘봉오동 전투’를 향해서도 기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