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이영재가 4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으로 극적인 동점을 이뤄낸 뒤 환호하고 있다. 1-3으로 뒤지던 강원은 경기 막바지 10분간 2골을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했다.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9시즌, 전북은 ‘추격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쫓기는 자’는 명가재건을 부르짖는 울산 현대. ‘하나원큐 K리그1 2019’ 24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다. 울산은 3일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5-0 쾌승을 거뒀다. 앞선 23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승점 50 고지를 돌파했고, 제주를 잡고 16승6무2패(승점 54)를 쌓았다.
4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 원정에 임한 전북의 부담이 가중됐다. 제주와 홈에서 2-2로 비겨 승점 49에 머물던 전북은 더 이상 간극이 벌어지면 곤란했다. 무조건 승점 3을 쌓고 최소한의 격차를 유지하며 따라붙어야 했다.
상대전적만 보면 전북이 압도했다. 16승1무3패. 최근 10경기를 8승1무1패로 앞섰다. 그런데 이 패배가 올해 3월이다. 올 초 전북 지휘봉을 잡은 조세 모라이스 감독에게도 대단한 충격이었다. 5월 두 번째 승부도 치열했다. 3-2 전북의 승리로 끝났으나 강원 역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세 번째 승부를 기다리던 모라이스 감독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중앙수비가 전·후방을 오르내리며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고 윙 포워드가 안으로 좁히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라며 ‘병수 볼’로 명명된 강원 김병수 감독의 팔색조 전술을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반 흐름은 전북이 주도했다. 전반 3분 상대 실수를 틈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문선민의 패스를 임선영이 골 망을 갈라 리드를 잡았다.
이른 실점에 강원이 깨어났다. 서서히 찬스를 엿보던 강원은 전반 38분 정조국의 슛이 골네트를 출렁였지만 직전 강지훈의 패스 장면에서 오프사이드를 범한 게 VAR(비디오판독)로 포착돼 무산됐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전반 추가시간 이영재의 낮은 크로스를 정조국이 골로 연결해 균형을 맞췄다.
후반 들어 전북이 다시 반격했다. 문선민의 빠른 침투로 강원 진영을 흔들며 리듬을 탔고, 선수교체가 많아지며 흐름이 어수선해진 후반 26분 문선민이 윤석영의 파울과 VAR로 얻은 페널티킥(PK)을 ‘신입 용병’ 호사가 차 넣었다. 호사는 후반 37분 상대 압박이 살짝 풀린 틈을 타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쐐기 골을 뽑았다. 3-1 리드, 전북의 승리는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그러나 강원의 뒷심이 또 한 번 힘을 발휘했다. 후반 45분 조재완이 2-3으로 따라붙는 추격골을 터뜨린 뒤 경기 종료직전이던 추가시간 6분 이영재가 드라마 같은 PK골로 3-3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망연자실한 모라이스 감독은 벤치를 한참 동안이나 떠나지 못하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1-3으로 뒤졌던 강원은 결국 3-3 동점을 만들며 1승 못지않은 값진 무승부를 챙겼다. 6월 23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0-4로 뒤지다 5-4로 뒤집는 ‘기적’을 연출했던 강원의 뒷심이 이번엔 전북을 겨눴다.
춘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