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템 롱패딩은 죄가 없다” 문제는 롱패딩 올인

입력 2019-08-06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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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 패션업계 대세로 떠오른 ‘롱패딩’이 올해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한여름부터 선판매 프로모션 등으로 다시 찾아왔다. 올해는 아웃도어는 물론 SPA, 키즈까지 신제품을 대폭 할인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데 예년과 달리 작년 판매부진으로 남은 재고 제품이 역시즌 마케팅으로 함께 판매되고 있다.

해마다 가장 먼저 역시즌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아웃도어 브랜드 A사는 올해도 지난 5월부터 선판매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선판매를 통해서 소비자가격이 33만 3000원인 제품을 40% 할인된 가격인 19만 8000원에 선보였다.

평창 롱패딩으로 유명세에 올랐던 B사는 SPA브랜드인 C를 통해서 7월 중순부터 롱패딩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40% 할인한 15만 9900원에 판매 중이지만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키즈 브랜드인 D사는 7월 말부터 자사 공식 쇼핑몰 등을 통해서 소비자가격 29만 9000원인 제품을 44% 할인한 16만 7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작년에도 따뜻한 겨울 날씨와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졸지에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롱패딩이 올해 역시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대대적인 할인가로 판매되면서 치킨게임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 내부로부터 점점 커지고 있다.

본래 선판매 프로모션은 업체에게는 겨울 시즌에 대한 수요와 트렌드 예측 수단이자, 소비자에게는 이색 마케팅으로 인식되었으나 브랜드들이 신제품마저 대폭 할인 판매하면서부터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이는 전투의 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할인은 혜택이다. 하지만 신제품부터 대대적으로 할인을 진행하는 것은 제품 원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거의 일년 내내 롱패딩을 판매하는 패션업계 현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롱패딩을 더 이상 핫한 아이템으로 인식하기 어려워졌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할인과 마케팅 경쟁으로 관련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며,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상품 개발 대신 특정 아이템에 대한 부정확한 수요예측과 생산 과다로 이어져 패션업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상품 아이템이 불과 1~2년 사이에 레드오션으로 내몰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롱패딩을 비롯한 겨울철 제품 비중이 특히 높은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여러 수치가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규모는 최근 5년 간 2조 5000억 원대 규모에 머무른 정체상태이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 합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5% 수준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롱패딩 인기에 편승하다가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서 시장 장악력을 잃고 성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고 부담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다. 작년도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재고자산회전율의 경우, 업계 1위인 노스페이스(5.0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1.7~2.8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율이 낮다는 것은 매출액 대비 과다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재고자산을 당좌자산으로 전환하는데도 더 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에 성장 정체에 빠진 아웃도어 업체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아이템에 대한 쏠림현상은 개별 브랜드는 물론 산업 전체로 봐도 큰 문제다. 실제로 치킨게임 양상 탓에 신제품 소개가 부진하여 백화점 내 아웃도어 조닝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며 “주요 유통 채널인 백화점마저도 아웃도어 부문 매출을 살펴보면 정상 가격 판매가 아닌 할인 판매를 통한 매출 비중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노스페이스만이 할인 판매 비중이 10% 대 수준이며, 노스페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 상위 5대 브랜드의 할인 판매 비중이 평균 41%를 기록했고, 특정 브랜드는 55%에 달할 정도다”고 밝혔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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