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다시 찾아온 KBO리그의 ‘투고타저의 시대’, 지난 수년간 어깨를 펴지 못했던 투수들이 각종 기록을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리그 정상급 투수들은 자신의 평균자책점(ERA)을 부쩍 내리고 있다. 올 시즌 2점대 ERA 투수는 13년 만에 최다 배출이 유력하다.
5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26명의 ERA는 3.61이다. 지난해 25명이 합작한 4.56에 비해 1점 가까이 내려간 셈이다. 특히 ERA 상위권은 어느 해보다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리그에서 유일한 2점대 ERA(2.88)로 타이틀을 따낸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은 올해도 2.00으로 1위를 수성 중이다. 내친 김에 2010년 류현진(1.82)에 이어 9년 만에 1점대 ERA 기록을 노려볼 만하다.
지난해처럼 린드블럼의 ‘원맨쇼’는 아니다. ERA 2위 앙헬 산체스(SK 와이번스·2.35)도 린드블럼을 가시권에 둔 채 추격 중이다. 그 뒤를 김광현(SK·2.58)~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2.62)가 잇고 있다. LG 트윈스의 원투펀치 케이시 켈리(2.71)와 타일러 윌슨(2.72)은 근소한 차이로 5, 6위를 형성 중이다. 김광현과 더불어 토종의 자존심인 양현종(KIA 타이거즈·2.73)도 이들을 맹추격 중이며, 제이크 브리검(키움 히어로즈·2.90)도 2점대 ERA를 사수 중이다.
무려 여덟 명의 2점대 ERA 투수. 리그 전체 ‘에이스’의 상징이 훌쩍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2점대 ERA 투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2점대 ERA를 기록한 투수는 불과 6명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한 시즌에 1명꼴이었다. 10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17명에 불과하다. 연 평균 2명이 안 되는 셈이다. 올해는 지난 6년의 합보다 더 많은 투수가 2점대 ERA를 노리고 있다.
물론 투수마다 최대 7, 8번의 등판을 더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한두 경기 난조로 ERA가 훌쩍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ERA 3점대 초반 투수들이 2점대로 진입할 수도 있다. 박종훈(SK·3.07), 에릭 요키시(키움·3.08) 등은 한 번의 호투만으로 2점대 ERA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대로면 2006년 이후 13년 만에 에이스 홍수를 경험하게 된다. 2006년은 ‘괴물’ 류현진의 등장을 환영하듯 투수들의 용쟁호투가 펼쳐졌던 시즌이다. 류현진을 비롯해 손민한, 이혜천, 배영수 등 무려 9명의 투수가 2점대 ERA를 기록한 바 있다.
KBO리그는 최근 수년간 타격에 관한 각종 기록을 배출했다. 그 희생양은 투수들이었다. 칼을 갈았던 투수들의 복수가 ERA에서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