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공공의 적’.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사이코 연쇄살인 ‘물신주의’ 은유
그를 심판한 역대급 형사 캐릭터
최소한의 정의를 통쾌하게 연출
“강동경찰서 강력반 강철중!”
형사 강철중의 사전에 경찰관의 사명감이란 단어 따위는 없다. 수사지침이나 수사기법은 먼 나라 형사들에게 해당할 뿐이다. 오히려 압수한 마약을 되팔려는 비리에 가담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진급 따위에도 관심이 없다. 동료들이 “두 계급 진급할 동안 두 계급 강등”된 그는 그래도 “강동경찰서 강력반 강철중”을 외치며 다닌다. 그래서 그를 세상 사람들은 “또라이”로 여겼다.
그런 그가 우선적으로 믿는 것은 주먹뿐이다. “컨닝 해서 꼴등에서 두 번째 했던” 기계공고를 나온 그는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로서 경찰에 특채됐다. “돈이 없다 그래서 패고, 말 안 듣는다 그래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 나빠, 그래서 패고” 했던 그는 그렇게 맞은 이들이 “4열 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라고 허언할 만큼 무지막지한 성격을 지녔다.
그리고 또 하나, 직감이다. 잔혹하게 살해된 부모의 죽음 앞에서 다리를 떨며 눈물을 흘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아들이 바로 범인임을 의심하는 순간 직감은 현실이 된다.
1990년대 말 참담했던 IMF 위기를 벗어났지만 수많은 이들은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거리로 밀려났던 때, 신자유주의가 또 다른 삶의 고달픈 현실로 사람들을 몰고 가던 때였다. 물신주의가 횡행하던 바로 그때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사이코패스 범죄는 물신주의로 가득해 황폐해진 현실을 은유했다.
강우석 감독은 “또라이” 강철중의 직감과 주먹이야말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응징의 과정을 통쾌한 코미디로 풀어냈다. 적당히 타락한 비리 경찰관이지만 그래도 인간으로서 “그러면 안 되는” 죄악이 무엇인지를 아는 최소한의 정의로움을 웃음으로 빚어냈다.
강철중은 그렇게 한국영화 사상 독보적인 형사 캐릭터로 남았다. 이를 연기한 설경구의 대표적인 극중 캐릭터 역시 강철중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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