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호’ 대기록 쓴 박병호, 몰아치기 시동 ON

입력 2019-08-07 2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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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가 몰아치기에 시동을 걸었다. 주춤하던 박병호가 기지개를 켜면서 홈런왕 경쟁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키움은 7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6-4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포수 박동원의 과격 행동과 쉐인 스펜서 2군 감독의 음주운전으로 한껏 떨어졌던 팀 분위기를 수습한, 값진 1승이었다.

타선에서는 박병호의 홈런이 빛났다. 3-0으로 앞선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선발 브록 다익손의 바깥쪽 낮게 제구된 2구 슬라이더(135㎞)를 잡아당겨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시즌 20호 아치였다.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KBO리그 역대 세 번째 6년 연속 2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앞선 두 번은 이승엽(은퇴·8년 연속)과 최형우(KIA 타이거즈·6년 연속)이다. 박병호의 나이와 한껏 물오른 장타 본능을 감안한다면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몰아치기가 본격 시작됐다. 박병호는 최근 6경기에서 3홈런을 폭발했다. 고질적인 손목 통증 탓에 주사 치료를 받아가며 버티고 있지만 거포 본능은 여전하다. 같은 기간 홈런 선두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1홈런), 2위 최정(SK·무홈런), 3위 제리 샌즈(키움·1홈런)는 주춤했다. 20홈런으로 4위에 올라선 박병호는 어느새 선두 로맥을 3개 차로 따라붙었다.

지난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페이스다. 박병호는 2018시즌 5월까지 왼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하는 등 28경기에서 9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6월부터 완벽히 감을 잡았다. 6월 25경기 8홈런을 시작으로 7월(9홈런), 8월(7홈런), 9월(8홈런)까지 맹타를 이어갔다. 거포의 상징인 몰아치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부상 탓에 113경기에 출장했음에도 홈런 선두 김재환(두산 베어스·44개)에 1개 부족한 2위였다.

날이 따뜻해지면 유독 힘을 발휘하는 그의 몰아치기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에도 위력을 뽐내왔다. 마치 그의 ‘장기’처럼 자리매김했다.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여름을 기준으로 컨디션 유지에 능한 그가 힘을 내는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도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은 크게 신경 안 쓴다. 사실 홈런왕을 노리고 시즌에 임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홈런은 컨디션이 올라가면 자연히 몰아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의 평가를 증명하는 셈이다.

박병호의 통산 홈런 그래프는 우상향이다. 9월이면 거포 본능의 정점에 오른다. 데뷔 첫 홈런왕에 올랐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9월 이후 115경기에서 47홈런을 때려냈다. 홈런 하나를 때리는 데 2.44경기면 충분했던 셈이다. 단적인 비교로, 3~4월에는 4.33경기당 1홈런, 7~8월에는 2.90경기당 1홈런이다. 9월의 박병호는 말 그대로 홈런 기계다. 8월까지 지금의 감을 유지한다면 홈런 레이스 역전도 얼마든지 가능할 전망이다. 박병호의 여름 질주가 시작됐다.

울산|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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