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최악” 박병호의 자책, 그리고 부담 내려놓기

입력 2019-08-08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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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올 시즌이 최악인 것 같아요.”

대기록을 세운 날. 박병호는 좀처럼 환히 웃지 않았다. 그간 성적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엿보였다. 남은 37경기, 그는 선택과 집중을 다짐했다.

박병호는 7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0으로 앞선 5회, 중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시즌 20호.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KBO리그 역대 세 번째 6년 연속 20홈런 고지에 올랐다. 앞선 두 번은 이승엽, 최형우의 몫이었으니 우타자 최초의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6년 연속 기록인 건 알았지만 우타자 최초인지는 몰랐다. 솔직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전반기 부진만 맘속에 남았기 때문이다. 기록을 만든 것보다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된 홈런이라 의미가 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7일까지 85경기 타율 0.281, 20홈런, 64타점. 올 시즌부터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등 리그 전반적으로 투고타저의 경향이 강해졌다. 박병호는 “아무래도 공인구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KBO가 원했던 방향 아닐까. 개인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공이 안 나가다 보니 힘껏 치려고 했고,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졌다. 공인구는 적응이 아니라 수용의 문제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리그 전반의 투고타저 영향으로 박병호의 기록 역시 절대값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임은 분명하다. 홈런 선두 제이미 로맥(23홈런)도 세 개 차로 쫓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은 최악이었다.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못했다. 결과가 안 좋아도 그날로 잊고 다음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그걸 해내지 못했다. 홈런을 쳐도 그 느낌이 금세 사라져서 실망감이 컸다”고 자책했다.

박병호가 다소 침묵하고 있지만 키움은 리그 2위를 질주하고 있다. 김하성, 이정후 등 후배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간판타자 박병호가 부담을 덜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는 “후배 선수들이 공백을 너무 잘 메워주고 있다. 비록 내가 선배지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라며 “이제 남은 경기에서 팀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이겨야 하는 경기 놓치지 않고 승부수를 던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울산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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