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수도 거뜬! 누가 강백호를 고졸 2년차로 볼까

입력 2019-08-11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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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물론! 난 천재니까.”

일본 인기만화 ‘슬램덩크’의 대미를 장식한 주인공 강백호의 멘트다. 농구의 ‘농’자도 모르던 주인공은 경이로운 천재성으로 수개월 만에 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다.

KT 위즈의 간판타자 강백호도 비슷한 길을 걷는 중이다. 외야수가 낯설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센터 라인의 주축’ 중견수 자리까지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부상 후에도 타격감은 여전히 뜨겁다. 결국 타율 1위 자리까지 꿰찼다. ‘노력형 천재’ 강백호는 KT를 넘어 리그 전체의 특급 타자로 떠올랐다.

강백호에게 8월 10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은 여러 모로 특별한 날이었다. 0-3으로 뒤진 4회 솔로포를 때려낸 데 이어 2-4로 패색이 짙던 7회에는 역전 3점포까지 때려냈다. 후반기 시작 후 빈타에 시달리던 KT를 승리로 이끈 ‘멀티포’였다.

강백호는 6월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 수비 도중 왼 손바닥이 5㎝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6주 만에 조기 복귀한 만큼 한동안 타격감을 끌어올릴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하지만 복귀 후 3경기에서 10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 3득점으로 이러한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시켰다.

수비에서도 별다른 실수가 없었다. 강백호는 10일 경기에서 데뷔 처음으로 중견수 자리를 맡았다. 멜 로하스 주니어가 수비력이 떨어지며 좌익수로 밀린 상황. 대체 자원으로 꼽히던 김민혁은 아직 손가락 부상의 여파가 남아 수비가 어렵다. 결국 이 감독의 선택은 강백호였다.

그는 서울고 시절 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가끔 투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외야수는 그에게 낯선 자리였다. 지난해 좌익수로 데뷔한 뒤 올해 우익수로 탈바꿈한 그가 팀 사정상 중견수까지 맡은 것이다. 그는 “야구하면서 이렇게 긴장된 적이 없었다”고 앓는 소리를 했지만, 세 차례 뜬공 처리를 포함해 별다른 실수 없이 외야진의 중심을 잡았다. 공교롭게 드라마 같은 역전극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강백호가 처리했다.

그 사이 타율 1위에도 등극했다. 10일까지 강백호는 81경기에서 타율 0.344를 기록했다. 종전 1위 박민우(NC 다이노스)는 88경기 타율 0.343으로 강백호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아직 30경기 이상 남았기 때문에 타격왕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강백호의 꾸준한 타격감이라면 기대해볼 만하다. 만일 강백호가 타격왕에 등극한다면 2008년 김현수(당시 두산 베어스·현 LG 트윈스)를 제치고 역대 최연소 타이틀 홀더로 남는다.

강백호는 스스로를 ‘천재’로 칭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이 재능에 묻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불과 두 번째 시즌 만에 확실해졌다. 타고난 천재성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승부 근성과 노력이 ‘천재’ 강백호를 만들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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