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합병 승인으로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의 ‘푹’을 통합한 대형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9월 출범한다. 올해 초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최승호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정훈 SBS 사장(왼쪽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조건부 합병 승인
“지상파 3사, 다른 OTT에 차별 금지”
통합법인 서비스 ‘웨이브’ 내달 출범
넷플릭스 등 외산 OTT 대항마 기대
넷플릭스에 대항할 토종 대형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올 하반기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일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OTT ‘푹’ 합병을 승인했다. 지상파 방송사에 ‘향후 3년 동안 다른 OTT에도 콘텐츠를 차별없이 공급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두 OTT의 통합이 현실화되면서 시장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승인에 따라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예정대로 9월 18일 영업양수도 및 신주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통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가 보유한 콘텐츠연합플랫폼(CAP)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30%를 인수하고, 옥수수 영업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통합 OTT의 운영은 CAP가 맡는다.
새로 출범하는 양측 통합법인과 서비스명은 한류(K-wave)와 파도(Wave)를 의미하는 웨이브(WAVVE)다. 옥수수 가입자 1000여만 명과 푹 가입자 400여만 명을 통합하기 때문에 출범하면 약 14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OTT가 된다.
업계에서는 웨이브가 앞으로 국내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는 넷플릭스 등 외산 OTT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외산 서비스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2016년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엄청나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6월 기준 넷플릭스 유료 이용자는 184만 명, 유료 결제액은 241억 원에 달한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국내 OTT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도 복병이다.
업계에서는 웨이브의 성패가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 출범하는 통합법인은 SK텔레콤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900억 원 등의 자금을 활용한 공격적 투자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상파 방송은 다른 OTT에도 차별 없이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SK텔레콤 측은 “조건없이 승인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웨이브는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내 미디어 시장을 이끌 방침이다”고 밝혔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