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계가 주목하는 신예 신정주 “당구가 운명이 됐어요”

입력 2019-08-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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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투어 2차전 우승자 신정주가 21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당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PBA 투어

국내 당구계는 최근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접했다. 정부가 학교 주변 200m 이내로 설정된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당구장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청소년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교정 주변에서 당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다가온 셈이다.

한때 ‘불량 스포츠’로 낙인 찍혔던 당구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조치다. 2017년 12월 당구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살갑지 못했던 인식이 1차로 바뀌게 됐고, 이번 결정으로 당구는 청소년들과 더욱 가까워지게 됐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몸소 체험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당구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신정주(24)다. PBA 투어 2차전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신정주는 21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당구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아버지의 권유로 PC방 대신 가게 된 당구장에서 내 인생이 바뀌게 됐다. 반신반의하면서 잡았던 큐가 이제는 운명이 됐다”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PBA 투어 2차전 우승자 신정주가 21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당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PBA 투어


결승전 다음날 아침잠에서 깬 뒤에야 우승을 실감했다는 24살 신예는 숨은 뒷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2차전은 총 닷새간 열렸는데 나는 숙소를 하루만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승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상위 토너먼트로 올라가면서 감각이 좋아졌고 덜컥 우승까지 해버렸다. 결국 결승전 당일까지 나흘치 숙소를 추가로 연장해야 했다. 물론 기분은 너무나 좋았지만 말이다.”

신정주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큐를 잡았다.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PC방만 다니던 철딱서니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이는 아버지였다. 당구장을 출입한다는 꼬투리만 잡히면 부모님의 불호령이 떨어지던 시대가 있었지만, 신정주에게 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와도 같았다.

신정주는 “그전까지는 잘 몰랐었는데 아버지께서 실력이 출중하신 당구 동호인이셨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처음 큐를 잡은 뒤 운명처럼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됐다”면서 “중요한 계기도 있었다. 주위에 나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2010년 전국체전에 출전하게 됐는데 여기서 준우승을 했다. 이후 별다른 고민 없이 선수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PBA 투어 2차전 우승자 신정주가 21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당구장에서 자신의 응원카드를 뒤로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PBA 투어


이후 2013년 전국체전 우승과 2014년 종별학생선수권 우승 등으로 탄탄대로를 걷던 신정주는 그러나 성인 무대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32강 징크스가 매번 발목을 잡았다. 16강행 티켓을 놓친 적만 무려 12번. PBA 투어 개막전이었던 6월 파나소닉 오픈에서도 64강에서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지난 2차전 우승이 어느 때보다 값진 이유다.

부산이 고향인 신정주는 대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로 올라오고, 평소에는 집 근처 당구장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다. 연습 환경이 서울보다는 좋지 못하지만 묵묵히 ‘뚜벅이 생활’을 하며 쿰을 키우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실력과 함께 곱상한 외모가 알려지면서 ‘당구계 아이돌’이란 별명이 붙었지만 “친구들이 그 별명으로 얼마나 놀리는지 모른다. 빨리 다른 별명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멋쩍게 웃는 신정주는 26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개막하는 PBA 투어 3차전에서 올 시즌 첫 다승을 노린다.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포부는 24살 신예다웠다.

“2차전 우승 상금 대부분은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3차전 상금은 제가 좀 써보려고요, 하하.”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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